서호정 | 2007-05-22VIEW 2086
경남FC의 주장 김효일(29)이 프로 통산 100경기를 돌파했다.
올 시즌 자유 계약(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경남으로 이적한 김효일은 지난 1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07 삼성하우젠 K리그 11라운드를 통해 100경기의 고지에 섰다.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올 시즌 13경기에 출전하며 세운 결과다. 프로축구 선수에게는 그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다. 그러나 김효일 본인은 첫 경기 때나 지금이나 마음은 담담하다고 입을 열었다.
“매 경기가 중요했죠. 그렇게 경기를 치르다 보니 어느 새 100경기나 뛰었네요. 첫 경기를 기억하냐고요? 글쎄요. 당장 생각하려니까 기억은 안 나지만 첫 경기를 뛰던 당시나 지금이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변함 없습니다.”
사실 100경기 돌파는 K리그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흔하디 흔한 일이다. 100경기를 뛴 선수를 찾기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김효일보다 5살이나 어린 정조국(서울)' 오범석(포항) 등은 각각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일찌감치 이 기록을 돌파했다. 그에 비해 만 29세에야 100경기를 돌파한 김효일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의 늦어버린 100경기 출전에는 사연이 있다. 김효일은 ‘늦깎이 프로’였다. 학창 시절 그렇게 대단한 선수가 아니었던 김효일에게 졸업 당시 K리그는 별(別)나라 이야기였다. 경상대 시절에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미래를 위해 교생 실습을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실업 최강 중 하나인 울산 미포 조선이 그로 하여금 축구화 끈을 다시 묶게 했다.
“미포 조선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행운이죠. 당시 미포 조선이 실업 무대에서 잘 나가는 팀이었기 때문에 저도 함께 빛이 났죠. 그리고 2003년 이회택 감독님이 저를 전남 드래곤즈로 불러주셨어요.”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하기로 소문난 이회택 전 감독의 레이더 망에 걸린 김효일은 전남에 입단하며 자신과 연이 없다고 생각했던 K리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입단 첫 해 19경기' 2004년 16경기' 2005년 17경기에 나서며 K리거로서의 면모를 갖춰간 김효일은 2006년 부동의 주전으로서 35경기를 뛰었다. 특히 전남 허리의 중심으로 FA컵 우승을 이끌어 MVP에 선정됐다. 축구 인생의 꽃을 피운 셈이다.
“전남에서 많은 걸 얻었죠. 프로 첫해에는 실업에 있다가 왔다고 주눅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서서히 인정을 받아 나갔고요. 지난 시즌에는 K리그에서 누구와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다수의 선수들이 도달하는 고지다 보니 쉬운 듯 하다. 하지만 5시즌 동안 100경기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산술상 매 시즌 20경기 이상을 뛰어야 한다. 주전 경쟁에서 꾸준히 우위를 점해야 하고 부상도 적어야 한다. 김효일이 자기 관리에 뛰어난 선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김효일의 K리그 100경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무엇이었을까?
“2003년 9월 포항 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 부상으로 수술을 하고 회복을 마친 상태였어요. 계속 경기를 못 뛰는 바람에 초조한 상태였는데 경기를 앞두고 이회택 감독님이 호출해주셨어요. 그날 선발 출장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굉장히 잘했고 경기도 1-0으로 이겼죠. 그 게임을 통해 김효일이라는 선수가 팀에서 위치를 잡고 믿음도 얻었던 거 같습니다.”
자신감에 넘치는 K리거 김효일은 이제 경남에서 새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적하자 마자 경남의 주장 완장을 차게 된 김효일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창단 2년 차의 신생팀을 이끌고 있다. 경남의 플레이 스타일에 부합하는 성실한 김효일에 박항서 감독도 큰 믿음을 보내고 있다. 김효일 역시 경남의 레전드로서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100경기 중 대다수가 전남에서 했던 경기예요. 지금부터 200경기까지의 100경기는 계속 경남에서 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언제까지라고 기약은 못 하지만 팀이 나를 필요로 하고 보탬이 될 수 있는 순간까지 계속 경남에서 뛰고 싶어요.”
“제주 원정 당시에 팬들께서 오셔서 플랜카드도 걸어주시고 축하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당분간 홈 경기가 없어 100경기 출장 기념패는 6월 말에야 받겠지만 충분히 축하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