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기 때문에 돌아오는 실망감도 그에 비례하는 걸까? 경기 후 이틀이나 지났지만 홈 개막전 1-3 패배의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는다.
경남FC는 또 하나의 우승후보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1만 8천여 홈 팬들 앞에서 시원한 승리를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축구는 역시 상대성의 스포츠였다. 울산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경기력은 포항을 상대로 그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의 평가처럼 조직력에서 앞서는 팀을 상대로는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0-3으로 끌려가며 패배가 당연시되던 그 순간에도 경남 선수들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한 골이라도 더 뽑기 위해 상대 골문으로 달려들었다. 자리를 일어서던 관중들도 경남의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보고 다시 앉았다.
장기인 오른발 슛으로 만회 골을 터트린 뽀뽀' 날카롭게 공간을 파고든 김근철의 플레이도 좋았지만 가장 돋보였던 것은 만 20세의 영건 정경호였다. 울산전에 이어 이날도 후반에 교체 출전한 정경호는 포항 진영 오른쪽을 휘저으며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이날 정경호는 골과 다름없는 두 번의 찬스를 억울하게 놓쳤다. 첫 번째는 후반 24분. 뽀뽀의 프리킥에 이어 문전에서 몸을 던진 정경호의 헤딩 슛이 절묘하게 맞고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산됐다.
뽀뽀의 만회 골이 터지며 추격의 기세가 오르자 정경호는 적극적인 돌파로 추가 골을 노렸다. 후반 41분 상대 수비 둘을 따돌리고 오른쪽 페널티 박스를 돌파한 뒤 과감하게 오른발 슛을 때렸다. 그러나 정확한 임팩트의 슛은 그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경기가 끝난 뒤 정경호 역시 그 두 번의 찬스가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지고 있으니까 교체 투입 당시 내가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 정경호는 “오프사이드 판정과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골 운이 상당히 없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만일 정경호가 맞은 결정적인 기회가 모두 골로 들어갔다면 이날 경기는 1-3이 아닌 3-3의 극적인 무승부로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정경호 본인은 물론 이날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의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었다.
종료 직전까지도 부지런한 플레이로 후반 중반까지 철옹성을 구축한 포항 수비에 균열을 일으킨 정경호는 어린 선수답지 않은 기백을 보였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정경호를 후반 공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특급 조커로 활용할 계획이다. 비록 포항 전에서는 득점 찬스를 아쉽게 날렸지만 앞으로는 확실한 골로 해결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멤버이기도 한 정경호는 오는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 참가와 주전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를 위해서는 경남에서 더 인상적인 플레이로 시선을 끌 필요가 있다. 경남과 청소년 대표팀에서의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서는 정경호의 양 발이 더욱 바빠질 2007년의 봄이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