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춘근 | 2007-02-07VIEW 1866
"2007년 경남은 빠르고 기동력 넘치는 팀이 될 것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신생팀으로서 2006시즌에 K리그 첫 발을 내딘 경남 FC는 컵대회를 3위' 정규리그를 12위로 마무리 지었다. 경남이 창단 2개월 만에 치열한 K리그에 뛰어든 도민구단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성적표다.
프로 데뷔 첫 해 경남이 놀랄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던 원동력은 기동력 넘치는 끈끈한 조직력 축구였다. 기동력 넘치는 조직력 축구는 경남 박항서(48세) 감독의 축구 철학이기도 하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던 박항서 감독은 대표팀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경남에 이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경남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박항서 감독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뽀뽀' 김효일' 이상홍' 이광석' 박혁순' 김종훈' 김영철 등을 영입하며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경남 선수단을 이끌고 브라질 쿠리찌바로 떠나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그는 파괴력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영입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경남의 첫 시즌에 만족하지 않고 경남을 더욱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는 팀으로 만들기 위한 박항서 감독의 노력이자 열정이다.
2007시즌 창단팀의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박항서 감독. 경남의 조직력 다지기가 한창인 브라질 쿠리찌바에서 박항서 감독을 만나 올 시즌 선수단 운영과 전지훈련의 성과에 대해서 들어봤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의 일문일답.
- 브라질 전지훈련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우리 팀은 작년에 빠르고 기동력 있는 축구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좋은 선수들이 영입되면서 작년보다 더욱 빠르고 좋은 경기력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앙 수비수들의 개인 능력은 조금 부족한 감이 있는데 이번 전지훈련은 그런 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서 개인 기술이 좋은 브라질 공격수들을 상대로 일대일 수비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일대일 수비를 많이 지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일대일 수비 능력이 많이 향상된 것을 볼 수 있었죠.
- 올 시즌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번 시즌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올 시즌 우리 팀의 목표인 6강 진출입니다. 우리 팀이 작년에 창단되면서 나 스스로는 3년 안에 4강 진출이 목표라고 밝혀왔었는데 올 시즌 들어서 4강이 없어지고 6강 플레이오프가 생겼죠. 그래서 우리 팀의 목표도 일단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둘째로는 올 시즌 에너지가 넘치는 팀을 만들자인데 이것은 이미 선수들도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선수들과 만나는 모든 시간마다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많이 뛰고 기동력 있는 축구를 원하는 저의 스타일과도 부합하는 내용이죠.
셋째로는 6강 플레이오프에 들어가기 위해서 선수들 사이에서 협동' 신뢰' 희생정신을 강조하는 것인데 선수들 개개인의 성적보다는 팀의 성적을 위해서 희생하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네 번째는 에너지와 관련된 것인데 빠르고 기동력 있는 축구를 하자입니다. 우리 팀이 지난 시즌에 신생팀으로서 그렇게 나쁜 성적을 내지 않았던 데에는 많이 뛰는 기동력 있는 축구를 했기 때문인데 올 시즌에는 더욱 빠른 공격을 가미해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자는 것이죠.
- 브라질 전지훈련이 진행되는 현재 임시주장으로 올 시즌 새로 영입한 김효일을 선임했습니다. 다소 파격적인 주장 선임이기도 한데요.
주장은 경기장에서 뛰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일단 경기장에 들어서면 감독의 말도 중요하지만 주장의 말을 잘 들어야 하죠. 지난 시즌에 우리 팀의 주장은 김도근이었습니다. 김도근이 경험이 많고 좋은 선수이기는 했지만 경기에 나서지를 못하다 보니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주장을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올 시즌 새로 영입한 김효일에게 임시주장을 맡긴 것이 조금 파격적이기는 한데 우리는 김효일을 영입하기 전부터 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전남에서 FA컵을 우승시키면서 김효일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이끄는 데도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 김효일을 영입하면서 팀 분위기도 쇄신할 겸 새로운 선수에게 임시주장직을 맡긴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 온 선수에게 주장직을 바로 맡기기에는 기존 선수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죠. 그래서 일단 임시주장을 맡겨놓고 전지훈련 동안 선수단을 얼마나 잘 이끄는지 보고 선수단에 김효일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동료 선수들을 잘 이끌면서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잘 해나간다면 정식 주장을 맡길 생각입니다.
- 이번 전지훈련에서 계속해서 포백수비를 훈련하고 있습니다. 포백수비라는 것이 다소 공격적인 팀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포백수비 훈련이 경남의 공격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포백' 스리백이라는 것이 단순한 숫자 놀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포백수비를 사용하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우면 그것이 공격적인 전술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리그가 시작하더라도 포백수비와 스리백 수비를 혼용해서 사용할 생각입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팀의 균형인데 기본적으로 공격과 수비 사이의 전환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축구에 있어서 기본적인 것이기도 한데 선수들이 경기를 하다 보면 이것을 쉽게 잊어버리죠. 우리는 훈련을 하면서 경기장을 크게 삼등분해서 경기를 하는데 상대가 위험지역에 왔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는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원에서는 실수로 인한 공 점유율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고요.
공격시에는 기본적으로 진영을 넓고 깊게 서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공격진에서의 공간 창출이 필요한데 이때 균형을 잡은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수비에서의 균형은 공 주변을 압박하는 것과 패스가 갈 수 있는 지역을 압박하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죠. 지역 압박은 사전에 해야 하는 것이고 이때 선수들 간의 거리와 간격에 대한 균형이 잡혀있어야 합니다. 전진 압박의 경우 미드필더와 수비수들까지 동시에 전진해서 압박을 도와야 하는데 이때 선수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 이번 전지훈련에서 공격 훈련을 하기 위해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으신지요.
크게 공격루트는 세 가지입니다. 일단 측면 공격인데 이 부분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크로스 타이밍이라든지 하는 부분은 과거에 비해서 아주 좋아졌고 측면 공격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측면 공격을 하더라도 중앙 공격수가 제 위치를 잡고 공격을 해결해줘야 하는데 우리 팀은 그것이 아직 부족해서 더욱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 공격은 남은 기간 동안 훈련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외국인 선수가 들어와서 해결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 조재용 선수가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대하고 있습니다. 측면 공격과 중앙 공격이 동시에 살아나야 좋은 공격력이 나올 수 있죠.
그리고 마지막 남은 공격 루트는 2선 미드필더들의 침투에 의한 공격인데 이 부분 역시 남은 기간 동안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우리는 정경호나 박진이' 김효일 등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기도 합니다.
-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데 그렇다면 올 시즌 가장 우려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4월과 5월의 스케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팀이기 때문에 컵대회와 정규리그가 동시에 진행되는 4월과 5월은 분명 우리에게는 힘든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어요. 지난 시즌에도 빡빡한 일정을 모두 소화한 경험이 있고 올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선수층도 많이 보강되었기 때문에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선수 구성에 관한 것입니다. 올 시즌 우리의 미드필드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최전방 공격수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스트라이커의 백업 요원으로 조재용 선수가 잘 해주고 있고 한국에 남아있는 김영철 선수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금 안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최전방 공격수는 여전히 좋은 선수를 찾고 있으며 중앙 수비에는 김대건이 산토스와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 공격진 구성에 난항을 겪고 계신데 김진용 선수가 부상으로 전지훈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 되실 것 같습니다.
김진용 선수의 부상은 경남에서 얻은 부상이 아닙니다. 경남으로 오기 전에 울산에서 다쳤던 부분이 지금에 와서 통증으로 나타난 것이죠. 현재 브라질에서 진단을 해 본 결과 여기서 치료를 받으면 7주 만에 공을 찰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4월이나 돼야 경기에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죠.
수술을 하지 않고도 김진용 선수의 부상이 회복될 수 있는 것이라면 저희에게는 큰 행운입니다. 그러나 정밀진단을 하고 수술이 필요하다면 회복 기간은 2~3개월이 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독일로 가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할 계획도 있습니다.
김진용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해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전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진용 선수는 이미 지난 시즌 경남에서 1년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있죠.
김진용이 수술을 해서 결장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이번에 성남에서 영입한 김영철 선수(김영철은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았음)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니 김진용의 공백을 커버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포메이션을 바꾸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죠.
- 사실 지난 시즌에는 창단팀이라는 인식이 강해 경남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두 번째 시즌이라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텐데 부담이 되실 것 같습니다.
프로팀의 감독으로서 부담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작년 시즌에는 창단팀의 감독으로서 많은 부담이 있었죠. 그리고 올 시즌에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이 더 큰 부담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마 3년차에 대한 부담도 있겠죠. 감독은 매 경기 부담을 갖습니다.
사람마다 평가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프로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 우리는 분명 시행착오가 있었죠.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올 시즌의 목표입니다. 작년에는 승리에 대한 압박이 있으면 악수를 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남도' 그리고 저 자신도 1년이라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