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취재수첩] ‘전설’ 김병지의 진정한 프로 정신

관리자 | 2010-05-19VIEW 2073

김병지(41' 경남)는 축구 선수에게 환갑이나 다름없는 마흔 살을 넘어선 노장 중의 노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K-리그 최고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2010 시즌 그가 허용한 9골은 리그 주전급 골키퍼 중 최소 실점이다. 김병지는 1990년대부터 K-리그는 물론이며 대표팀 일원으로도 항상 기대에 부응했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김병지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진정한 프로다. 축구 꿈나무들에게는 미래의 목표요' 동료들에게는 모범적 선배의 표상이며 축구팬들에게는 월드컵 축구 영웅이다. 게다가 그 동안 쌓은 업적 역시 녹록치 않다. 이쯤되면 김병지가 권위와 위엄을 갖춘 고참 선수로 점잔을 뺀들 핀잔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김병지는 다르다. 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혹시라도 갖고 있을 지 모를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으며 늘 팬들과의 소통을 갈망한다.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한편 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여전히 분주한 일상을 보낸다.
 
김병지는 지난 18일 서울시 용산구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승부차기 세계대전’ 이벤트에 참여했다. 모 포탈 사이트가 선정한 세계 7대 골키퍼에 뽑혀 응한 이벤트였다. 잉글랜드 출신의 데이비드 시먼 등과 함께 7대 골키퍼에 이름을 올린 김병지는 다양한 팬들을 상대로 선방을 펼쳤다. 행사에는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50대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참가에 구분이 없다 보니 하이힐을 신은 여성팬들' 휴가 나온 군인들' 김병지보다 덩치가 큰 장정들도 김병지를 향해 힘껏 페널티킥을 날렸다. 여성팬들은 축구공 대신 하이힐을 날리기도 했고' 군인의 슈팅은 크로스바가 크게 울릴 만큼 강력했다.
 
행사는 간이 축구장에서 진행됐다. 김병지와 키커의 위치는 4미터 남짓에 불과했다. 제 아무리 김병지라 한들 많은 골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슈팅은 골네트 대신 김병지의 허벅지와 어깨를 강타하기도 했다.
 
김병지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고 찾아왔다는 한 대학생은 페널티킥을 앞두고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축구화였다. 대학생은 축구화를 신은 채 있는 힘껏 슈팅을 날렸다. 일반 운동화를 신은 참가자의 슈팅 강도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공은 김병지의 얼굴을 스쳐 순식간에 네트로 꽂혔다. 행사 진행자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김병지는 예상치 못했던 온갖 상황을 맞이하는 와중에도 단 한 번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터뷰나 각종 행사에서 수줍은 모습과 마지못해 짓는 미소로 일관하는 대부분의 선수들과는 대조적이었다. 골네트에 하이힐을 꽂아 넣은 여성에게는 그물에 걸린 하이힐을 빼내 돌려줬다. 축구화를 신은 대학생과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50대 아주머니가 날린 슈팅에는 살짝 몸을 비끼며 예의를 베풀었다.
 
김병지는 축구선수가 가져야 할 그라운드에서의 성실함을 중요시한다. 김병지가 누구보다 잘 실천하는 부분이다. K-리그의 20대 팔팔한 선수들도 그의 순발력을 당해내지 못할 때가 있다. 더불어 김병지는 그라운드 밖에서의 자세도 강조했다. 먼저 다가가는 자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철학이다.
 
“팬들에게 축구를 관람하는 재미만이 아닌 참여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저를 상대로 슈팅을 한 번 때려보면 오랜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선수들이 팬들에게 다가가고' 팬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벤트가 앞으로도 많이 기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키커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막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골도 많이 허용했고 손' 종아리' 허벅지' 가슴 등 얼얼하지 않은 곳이 없네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저와 팬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축구의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언제든지 괜찮아요”
 
스포탈코리아 정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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