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2007-10-18VIEW 1974
여기 프로 데뷔 후 11년 간 K리그의 가을 축제를 기다린 남자가 있다. 지난 10년 간 몸 담았던 팀을 떠나고서야 자신의 역사적인 플레이오프 첫 무대를 밟게 됐지만 기이한 인연은 자신의 전부였던 친정팀과의 재회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라운드의 엔도르핀’ 공오균(경남' 33)이 긴 기다림 끝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최고의 선수는 아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감동을 줬던 공오균은 18일부터 시작되는 경남FC의 합숙을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차분히 대기 중이었다.
97년 대전 시티즌의 창단 멤버로 출발' 한 팀에서만 10년을 뛰었던 공오균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그러나 몸 속에 끓는 욕심과 집착은 그를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들였다. 300경기 출장과 20-20 클럽 가입을 눈 앞에 둔 공오균은 경남FC로 적을 옮기며 다시 한번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시즌 중반이던 지난 5월 경남에 합류한 공오균은 조커로 맹활약하며 2골을 기록' 공격 루트가 단조롭던 경남의 단점을 상쇄시키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단단히 한몫 했다.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 놓고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탓에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공오균은 친정팀의 극적 드라마를 주목했다.
여전히 자신의 영혼의 절반이 자주색이라고 말하는 공오균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대전이 수원을 잡고 극적으로 6강에 오르자 경남의 진출 못지 않은 감격을 느꼈다.
“울산전이 끝난 뒤 결과를 확인해보니 대전이 6강에 진출했더라. 옛 동료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최윤겸 전 감독님께도 전화를 드려 대전이 올라간 것에 대해 서로 기쁨을 나눴다.”
“지금은 다른 팀이지만 나와 관우 같은 옛 멤버들도 플레이오프에 가게 되었다. 다들 대전의 멤버로 힘든 시기를 헤쳐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지금은 각자의 소속팀을 위해 헌신해야 하지만 대전에서의 특별한 추억이 있기에 서로 축하할 수 있었다.”
공오균의 경남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포항을' 대전은 울산을 각각 만난다. 도민구단과 시민구단이 강호들의 벽을 넘어선다면 4강에서 만나게 된다. 이는 공오균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4강에서 대전과 만나고 싶다. 오랜 시간 대전에서 그렸던 모습을 상대 팀에서라도 바라보고 싶다. 물론 나는 경남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마지막까지 올라가는 팀은 우리 경남이다.(웃음)”
현재 경남에서 최고령 선수이자 가장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공오균은 주장 김효일과 더불어 후배들을 다독이고 있다. 단기전의 경험이 적은 경남의 약점을 해소할 수 있는 이 중 1명이 공오균이다. 공오균은 지난 2001년 대전 소속으로 FA컵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단판 승부에서 조심해야 할 걸 후배들에게 자주 얘기해주고 있다. 자기 혼자만 잘 준비해서 되는 건 아니다. 단기전일수록 팀이 뭉쳐야 한다. 후배들이 시즌 중 보여주었던 100%를 발휘해야만 이길 수 있다.”
“지금 경남은 특별히 흥분하지 않고 기존의 분위기와 훈련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대전도 겪어봤지만 6개 팀 중 팀 정신은 가장 강하다고 자부한다. 강하게 결속되어 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해보자는 강한 의지를 서로를 묶고 있다.”
공오균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울산전에서의 0-4 패배가 오히려 팀에겐 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패를 ‘예방주사’에 비유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울산전 패배는 좋은 예방주사다. 다른 선수들에게 그랬다. 우리가 너무 들떠 있었으니 한번 돌아보고 갈 필요가 있었다고. 예방주사 맞은 셈 생각하고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대신 우리가 방심만 하지 않으면 못 이길 팀은 없다.”
올 시즌 경남은 포항을 상대로 2전 전패' 2득점 5실점을 기록 중이다. 두 차례 패배의 패턴 역시 상당히 흡사했다. 초반 강공으로 나오다 포항의 역습에 한방 맞은 뒤 무너지고 말았다. 공오균은 두 차례 패배가 ‘학습효과’로 작용' 플레이오프에서는 그 같은 일이 없을 거라 다짐했다.
“포항은 꼭 잡을 것이다. 내가 있으니까 반드시 이긴다.(웃음) 올시즌 포항전에서 선수들이 완급조절이 잘 안됐던 것 같다. 컨디션이나 팀 전력이 좋은 상황에서 한번에 잡아먹으려고 덤벼드니까 상대한테 역으로 당했다. 이번에는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철저히 괴롭히며 우리 경기를 하겠다.”
“어떻게 올라온 6강인데' 초장에 끝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다”며 각오를 다지던 노장 공오균. 누구에겐 익숙한 플레이오프지만 공오균에겐 이번이 특별한 기회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기회를 잡은 공오균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낼 각오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