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 2007-08-28VIEW 2021
입에 쓴 약이 몸에는 단 법이다. 경남의 든든한 수호신 이정래(28)가 한층 결연해진 마음가짐으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뒷문 단속을 다짐했다.
이정래는 올 시즌 정규리그 18경기 중 17경기에 출전했다. 지난해 전 경기 출장으로 ‘철인’이라 불렸던 그가 유일하게 결장한 경기는 바로 19일 전북 원정이었다. 3-2 역전승으로 후반기 첫승을 신고하며 부진의 늪을 빠져 나오던 그 중요한 경기에 이정래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일부에서는 이정래가 전 경기였던 인천전과 대전전에서 저지른 실수로 질책을 받은 거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이정래의 결장에는 속 깊은 뜻이 있었다. 계속되는 출장' 그리고 경기 중 실수로 인해 커진 마음의 짐을 덜라는 박항서 감독의 배려였고 이정래 역시 이를 수용했던 것.
“대전전이 끝나고 심리적으로 흔들렸던 게 사실이에요. 골키퍼의 불안감은 팀 전체에 안 좋게 작용합니다. 감독님께서 그걸 아시고 전북전에는 한 차례 쉬면서 리듬을 다시 만들라고 하셨어요. 열흘 가량 편한 마음으로 실전이 아닌 훈련에 집중하며 제 플레이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게 좋은 약이 됐는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고 몸 상태도 끌어올릴 수 있었죠.”
이정래는 누가 뭐래도 경남의 주전 골키퍼다. 그런 골키퍼가 흔들리면 수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이정래를 관찰하는 신의손 골키퍼 코치는 대전전 이후 이정래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 박항서 감독에게 보고했고 코칭스태프는 회의를 통해 이정래에게 휴식을 주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신의손 코치님과 감독님께서 ‘너는 팀의 최후방에 선 큰 돌이다. 네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너 자신을 바로 잡아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분들이 무슨 의미로 제게 그 말을 했는지 잘 압니다. 이젠 남은 시즌 동안 흔들리지 말아야죠.”
전북전을 쉰 이정래는 엿새 뒤 홈에서 열린 부산전에 선발 출장'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켰다. 공중볼에 대한 판단력이나 위치 선정은 여전히 좋았고 몸도 가벼워 보였다. 결국 경남은 부산을 상대로 2-0의 후반기 첫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지금부터 재정비를 해야죠. 오랜만에 무실점 승리를 거뒀는데 지금의 경남FC는 어느 팀을 상대로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득점력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골을 안 먹으면 매 경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거죠. 그만큼 제가 골키퍼로서 해야 할 역할이 크다는 걸 인지합니다.”
돌아온 이정래는 성남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창단 후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성남을 꺾고 3연승으로 나아가 전반기의 상승세를 재현하는 꿈. 그 꿈을 위해서는 이정래가 성남이 자랑하는 맹공을 온 몸으로 막아야 한다.
“성남의 페이스가 뚝 떨어진 반면 우리는 올라가고 있어요. 물론 상대가 이를 갈고 있겠죠. 하지만 우리도 성남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작년부터 성남을 상대로 한번도 못 이겼는데 이번에는 성남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 팀 승리에 기여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태풍을 이겨낸 나무는 한층 단단해진다. 짧은 방황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젊은 수호신의 자신감 속에서 경남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인터뷰=스포탈코리아 서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