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까보레를 위해’ 골보다 아름다운 세리모니

서호정 | 2007-05-12VIEW 2130

“까보레' 득남을 진심으로 축하해!”
 
이역만리 한국에서 두 번째 아들을 얻은 외국인 아빠의 기쁨과 그를 축복하기 위한 동료들의 아름다운 퍼포먼스. 2007년 최고의 골 뒷풀이(세리모니)가 삼성하우젠 K리그 2007 10라운드에서 연출되었다.
 
12일' 경남FC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린 창원종합운동장. 전반 8분 ‘불꽃 슛의 마신’ 뽀뽀의 선제골이 터지자 경남 선수들이 전남 진영 중앙에 한데 모였다. 관중석의 사람들이 “뭐야' 뭐야”라며 웅성거리는 사이 일렬 종대로 선 선수들이 아기 얼르기 골 뒷풀이를 시작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브라질 대표팀의 베베토와 호마리우가 보여준 그 유명한 퍼포먼스였다.
 
그 타이밍에 맞춰 득점을 기록한 뽀뽀가 까보레의 품으로 뛰어들어 엄지 손가락을 빠는 앙증맞은 포즈를 취했다. 168cm의 단신 뽀뽀가 185cm의 장신 까보레에 안긴 모습은 영락 없는 아기와 아빠였다. 지난 7일 새벽 한국 땅에서 둘째 아들을 얻은 새 외국인 공격수 까보레를 축하하기 위한 경남 선수단의 합동 골 뒷풀이였다.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 K리그 행을 결정한 까보레 가족은 지난 3월 창원에 둥지를 텄다. 이미 임신 8개월 상태이던 까보레의 아내 루시아니는 난산 끝에 건강한 사내 아이를 출산했다. 당초 출산 예정일이었던 5월 5일이 지나도록 산통이 없자 불안해진 것. 까보레의 에이전시와 박항서 감독이 직접 신경을 쓰며 이들 부부를 안정시켜야 했다. 결국 6일 새벽 산통이 온 루시아니는 다음날 창원 시내 병원에서 둘째 아들을 얻었다.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했다. 까보레는 아들의 이름을 더글라스(브라질 발음: 더우라스)로 지었다.
 
한 편의 CF처럼 잘 맞아 떨어진 이 퍼포먼스는 다분히 의도적인' 준비된 골 뒷풀이였다. 주장 김효일은 전날 스포탈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까보레가 둘째 아들을 본 뒤 팀 동료들에게 음료수를 돌리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외국인 선수지만 한국적인 정서로 축하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그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전남 전에서 골을 넣으며 멋진 뒷풀이를 하자고 기획했다”라고 귀뜸해줬다.
 
동료들의 특별한 선물에 한층 감격한 아빠 까보레는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특유의 부지런한 플레이로 전남 수비를 헤집고 다녔다. 거친 수비에 넘어져도 곧잘 일어나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경남 팬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결국 후반 5분 뽀뽀의 왼발 크로스를 받은 까보레는 절묘한 추가 골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날 골로 정규리그 7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선두에 오른 까보레는 K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둘째 아들까지 얻으며 한국 생활에 더 의미가 커지고 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나와 가족' 새로 태어난 더글라스를 위해 축하해줘서 너무 고맙다. K리그와 경남이라는 팀을 선택한 것이 잘할 일인 것 같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최근 수원의 김대의는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두 차례에 걸친 스파이더맨 골 뒷풀이를 펼친 바 있다. 아름다운 사연이 숨은 골보다 멋진 퍼포먼스는 승패에 대한 집착을 녹이며 따뜻한 감성의' 볼 것 많은 풍성한 K리그를 만들어가고 있다.
 
창원=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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