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 2007-04-05VIEW 1625
FC서울과의 삼성 하우젠컵 대회가 열린 4일 저녁' 경남FC의 홈 경기장인 창원종합운동장은 들썩거렸다. 평소의 평일 관중 수를 훌쩍 뛰어넘는 9천 2백여 관중이 모였지만 그들 대부분의 시선은 경남보다 무패 가도를 달리는 화제의 팀 서울에 쏠려 있었다.
홈 팀 관중이 원정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 자신들의 힘으로 만든 도민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는 겉모습에 실망하며 외면하는 모습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약자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경기가 시작되자 180도 바뀌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경남의 선전에 서울이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린 것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을 단숨에 바꾸는 것' 이것이 축구의 위대한 힘이다.
경남에 대한 인상을 바꾼 경기력' 그 한가운데는 겁없는 신예 이용승(23)이 있었다. 컵대회 대전전에서 퇴장당한 뽀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발 투입된 그는 질풍 같은 공격으로 서울의 왼쪽 측면을 수차례 허물었다. 돌파 후 이어진 크로스와 패스가 최전방 공격수의 마무리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K리그 최고의 측면 수비수 아디를 농락하는 그의 플레이는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막상 부딪혀 보니까 서울 수비가 그렇게 대단하진 않던데요? 한 번 뚫기 시작하자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이날 경기를 통해 그는 자신의 K리그 통산 다섯 번째 출장을 기록했다. 물론 선발 투입은 이날이 처음. 홈 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한 선발 출전에 가슴이 떨릴 법도 했지만 그의 플레이는 침착했다.
“대전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게 자신감을 갖는 계기로 작용했어요. 처음 데뷔했을 때는 너무 긴장해서 형들이 하는 얘기도 하나도 안 들렸을 정도였죠. 그래도 이제는 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남대 졸업 후 경남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드래프트 5순위라는 입단 과정이 말해주듯 화려한 조명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이용승은 프로 선수라면 자신의 플레이로 관심을 끌어와야 한다는 가장 쉬운 명제를 알고 있었다. 겨울 동계 훈련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한 그를 코칭스태프는 높이 평가했고 이용승도 2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1군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대학 시절부터 측면 플레이에 능한 모습을 보인 이용승은 서울 전에서는 엄청난 활동량과 민첩한 돌파로 공격 첨병으로 나섰다. 경기가 예상대로 풀리지 않자 세뇰 귀네슈 감독은 벤치에 앉혀뒀던 두 주전 기성용과 이청용을 투입했다. 저돌적인 신예의 플레이가 서울로 하여금 전력을 다하게 한 것이다.
“경기를 앞두고 귀네슈 감독이 주전 몇몇을 쉬게 할 거라는 기사를 봤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자존심이 상했죠. 경남이 서울보다 재정적으로 열악하고 선수층도 얇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전력을 다해도 못 꺾을 팀은 아니잖아요. 귀네슈 감독의 그 말이 저를 비롯한 경남 선수들의 정신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어요. 뭔가 보여주자. 공격적으로 나가서 한번 잡아보자.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서울이 가용자원을 투입하며 풀 전력을 가동했지만 경남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에도 까보레' 박성철이 찬스를 잡으며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골 결정력 부재에 고개를 저어야 했고 결국 종료 직전 터진 서울 심우연의 헤딩골로 이변의 승리를 꿈꿨던 경남FC의 도전은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경기 후 홈 팬들의 인식은 달라져 있었다. 고개를 돌렸던 자신들의 팀을 향해 일어나 손뼉 치고 격려했다. “잘 했다' 경남”' “앞으로도 이런 시원한 모습을 보여라” 등의 목소리가 관중석에서 나왔다. 구단으로선 고무적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선수들에게 선전한 패배는 그저 패배일 뿐이다. 그 어떤 격려로도 치유될 수 없다. 이용승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끝난 지 하루가 지났어도 그의 목소리는 분이 삯이지 않은 뉘앙스였다.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네요. 너무나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는데… 감독님께서는 졌지만 좋은 경기였으니까 기죽지 말라고 하셨지만 어디 선수들 심정이 그런가요? 진 건 분명 진 거죠.”
이용승은 이제 7일 있을 전북 전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 전에는 선발 출전했지만 뽀뽀가 돌아오면 그의 자리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으로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그의 당면 과제다. 그도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경남의 승리에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때론 무모한 용기가 작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다. 서울을 상대로 경남의 힘을 보여준 이용승. 이번에는 현실로 완성되지 못한 승리였지만 상대 수비 라인으로 질풍 같이 달려드는 그의 플레이에서 경남은 승리의 작은 열쇠를 찾았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