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윤빛가람' "황태자요? 감독님은 칭찬도 안해주세요"

관리자 | 2010-08-13VIEW 1968

나이지리아전이 끝나고 난 다음날 아침' 윤빛가람(20' 경남 FC)은 언론지상을 점령했다. 스포츠지 1면에는 수줍은 얼굴로 세레모니를 펼치고 있는 윤빛가람의 사진이 떡하니 실렸다.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질문이 홍수를 이뤘고' 축구 섹션에는 윤빛가람의 활약상을 집중 소개하는 기사들로 가득했다. 누리꾼들은 윤빛가람의 K리그 스페셜 영상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이 모든 게 대표팀의 새내기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단 하루 만에 그려낸 풍경이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것 중 윤빛가람의 개인 미니홈피도 빼놓을 수 없다. 평균 300명 선이었다던 방문자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일촌 신청자는 하루 10~30명 정도에서 나이지리아전을 소화한 직후 500명까지 치솟았다. 평소 윤빛가람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친절한 가람씨’로 정평이 나있다. 일촌 신청자를 단 한명도 빠짐없이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윤빛가람이라도 500명의 신청자를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빛가람은 팬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메인화면에 “정말 죄송합니다”란 문구를 적었다. 다이어리란을 통해서는 장장 8줄에 해당하는 글로 팬들의 섭섭함을 달랬다. 나이지리아전을 치르고 정확히 하루가 지난 12일 저녁' 윤빛가람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도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일촌만 받아주지 못했을 뿐 윤빛가람은 여전히 친절했다.
신기하고 소중했던 대표팀 경험
“나이지리아전이 지나고 숙소에서 컴퓨터를 해보니 일촌 신청자가 500명에 달했어요. 모두 일촌을 받아 주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꼭 승낙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죄송한 마음이에요. 혹시나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신 팬들이 섭섭해하실까봐 다이어리와 메인화면에 그런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것 말고도 나이지리아전을 통해 많은 신기한 일을 겪었어요. 경남 훈련지에 합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는데 사람들이 제 사진이 나와 있는 신문을 보고 있는 거예요. 한편으론 뿌듯했지만 놀랍고 신기했어요. 그래도 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웃음). 아 참' 티케팅 하시는 직원 분께서 제 이름을 보시더니 알아보셔서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제 이름이 조금 특이하잖아요. 저는 그저 얼떨떨하게 인사를 받아 드렸구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백지훈(수원)' 기성용(셀틱) 등 평소 아이돌로 삼고 있던 선수들과의 2박3일 동거동락도 윤빛가람에겐 값진 경험이었다. 박지성의 짧은 말 한마디' 어깨를 가볍게 툭 건드리는 스킨쉽은 그에겐 큰 힘이 됐다. 기성용과 백지훈은 간접 과외교사였다. 윤빛가람은 대표팀 합숙 동안 그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눈과 몸에 담아왔다.
“나이지리아전 경기가 끝나고 (박)지성이 형은 장난 식으로 웃으시면서 ‘이야 가람이~ 데뷔전에서 골을 넣었네? 데뷔전에 골 넣기 정말 힘든데 말이야' 대단한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좀 더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경기 전에도 잘 해주셔서 부담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백)지훈이 형과 (기)성용이 형은 실제로 뛰어보니 진짜로 존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성용이 형은 전후반 동안 저를 위해 많이 배려해주신 것 같아요. 지훈이 형도 잘 맞춰주신 것 같구요. 이런 뛰어난 실력을 갖춘 형들 덕분에 좋은 데뷔전을 펼친 것 같습니다. 선배님들과는 아직 벽이 있습니다. 제가 친한 친구들과는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낯가람이 좀 있거든요. 앞으로 제가 계속 대표팀에 소집된다면 꼭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오늘보단 내일의 황태자를 꿈꾼다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후 윤빛가람에겐 조광래 유치원(경남)의 ‘브레인’ 혹은 ‘장학생’ 말고도 또 다른 수식어가 붙었다. 바로 조광래호의 ‘황태자’다.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때만해도 윤빛가람은 황태자의 여러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데뷔전에서부터 골을 터뜨려버리니 경남에서의 인연까지 더해져 황태자가 어색하지 않게 쓰였다. 적어도 나이지리아전 한 경기만 놓고 보면 황태자야말로 그에게 가장 적절한 수식어였다.
하지만 갈 길이 구만리인 조광래호에게 황태자를 지명하는 것은 역시 시기상조다. 윤빛가람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윤빛가람에게 조광래호의 황태자란 목표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선 부담감을 씌우는 단어일 뿐이었다.
“저는 대표팀에 처음 선발됐습니다. 겨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구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저 역시 그런 단어(황태자)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조광래 감독님은 경기가 끝나고 해산할 때 까지도 저에게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어요. 오늘 전화 한통화도 안주셨구요(웃음). 제가 만약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고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그런 말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부담스럽네요”
이제 윤빛가람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리그 우승을 노리는 경남의 목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각오다. K리그에서의 활약이 발판이 돼야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고 대표팀에도 계속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팀을 경험하면서 책임감도 얻었다. 태극마크의 의미를 가슴 깊이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윤빛가람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데뷔전을 치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됐다. 윤빛가람은 데뷔전보다 더욱 빛나는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17세 이하 대표팀에서의 실패도 그렇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블랙번 입단 좌절 등을 거치면서 성숙해진 것 같아요. 블랙번에 테스트를 받으려고 갔을 때는 현지사정으로 훈련만하고 실제 경기는 뛰지도 못했어요. 폭우가 내리는 등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경기가 열리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모두 지난 일입니다. 앞으로 더 잘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대표팀에 발탁되고 부모님과 동네 친구들' 그리고 여러 친척분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습니다. 친구들이 ‘이제 스타 다됐네’라며 장난도 치더군요. 그렇지만 이 역시 과거입니다”
“대표팀에 갔다온 후 책임감이 생겼어요. 대표팀에 잠시나마 몸을 담은 만큼 더 좋은 경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경남으로 돌아왔으니 어서 빨리 동료 형들과 플레이를 해서 리그 우승을 위해 나아가야죠. 그래야 대표팀에도 다시 발탁될 수 있지 않을까요”
 
스포탈코리아 정수창
 
 
 
 
  • 비밀글 여부 체크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