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고' 스타 많은 기업 구단들을 제치고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 1위로 올라선 경남FC의 별칭은 익히 알려진 ‘조광래 유치원’이다. 2008시즌이 끝나고 대대적인 팀 재편 작업에 돌입한 조광래 감독은 아직 여물지 않은 젊은 선수들을 대거 활용해 1년 반 만에 K-리그 최고의 조직력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경남이 지금의 성공을 누리기까지 원장인 조광래 감독의 계획이 의도대로 들어맞은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는 과정에서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배인 선수들은 조광래 감독이 강조하는 ‘생각하는 축구’에 쉽게 녹아 들지 못했다. 즉' 1년 반이라는 시간은 선수들이 그 습관을 없애고 조광래 유치원이 추구하는 패스와 점유' 속도의 축구를 받아들이는 데 걸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 멈추지 않는 체력' 경남의 숨은 보석 이러한 조광래 유치원의 진화를 보여주는 척도와 같은 선수가 있다. 멀티 플레이어인 미드필더 김태욱(23)이다. 선문대 재학 중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 2009년 경남에 입단한 김태욱은 많은 운동량에서 나오는 기동력이 무기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도 “그냥 숨어 있는 선수”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팀 내에서 수위를 다투는 기동력과 성실함' 측면 윙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샀고 지난 시즌 27경기에 출전시켰다. 프로 1년 차 김태욱은 중앙' 측면을 가리지 않는 움직임으로 상대 진영을 흔들었지만 둔탁한 플레이와 실수로 흐름을 끊어먹기도 했다. 아쉽게 7위로 2009시즌을 마친 경남에게 다음 시즌 도약의 숙제가 주어진 것처럼 김태욱에게도 선수로서의 기량과 지능 모두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는 숙제가 내려졌다. 한 시즌을 치르며 얻은 경험은 2010시즌을 준비하는 김태욱에게 큰 자산이 됐다.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자신감이 솟아났다. 국내와 터키 안탈리아에서 진행된 전지훈련에서 김태욱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윙백을 오가며 꾸준히 경기를 소화했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조광래 감독에게 부응하기 위해 과감한 슈팅과 움직임을 한층 신경 썼다. 그 결과 김태욱은 2010시즌이 개막되자 팀의 주전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는 울산과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9라운드 서울전까지 전 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조광래 감독은 “태욱이가 올해 생각하는 축구에 눈을 떴다. 2선에서 공격에 가담했을 때의 슈팅력이 아주 좋고 공격적인 플레이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우리 팀의 숨은 보배다”라고 평가했다. ▲ 공격력 업그레이드' 경남 연승 이끌다 김태욱의 잠재력이 빛을 발한 것은 7라운드 강원전과 8라운드 성남전이었다. 경기 내내 상대 진영을 휘젓고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던 김태욱은 2경기 연속 중요한 득점을 터트렸다. 강원전에서는 후반 9분 아크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이 골은 팀이 2-1 승리를 거두는 데 결승골이 됐다. 경남 연승 행진의 분수령이었던 성남전에서는 0-1로 뒤져 있던 후반 23분 윤빛가람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트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시즌 두 골을 기록했던 그는 경기의 1/3을 소화한 시점에 벌써 두 골을 터트렸다. 그것도 팀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준 순도 100%의 골이었다. 5연승을 이룬 서울전에서도 시종일관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고 상대 미드필더 하대성은 그를 막다가 경고를 받았다. 결국 하대성은 윤빛가람에게 반칙을 범해 경고를 한장 더 추가하며 퇴장을 당했다. 김영우가 서울전 승리를 결정지은 MVP라면 김태욱은 숨은 MVP라해도 손색이 업었다. 김태욱은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을 쉼 없이 뛰게 만드는 가장 큰 힘으로 조광래 감독의 믿음을 꼽았다. “감독님께서 기대를 버리지 않고 계속 기회를 주셨어요.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운 좋게 골도 나오고 팀에 기여하게 됐어요. 제가 가진 무기는 특별한 게 아니기 때문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입니다. 두 골도 욕심을 내진 않았지만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나온 거였거든요. 늘 감독님께 감사 드리는 마음입니다.” “경기 중 감독님께서 위치 변화를 자주 주문하세요. 계속 윙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두 가지 포지션을 보게 하시는데 이젠 모두 편합니다. 윙백은 측면에서의 빠른 움직임이 요구되는데 기동력에 강점이 있으니 활동량에선 상대 선수에게 지지 않으려 해요.” ▲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프로 2년 차답게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김태욱은 성남전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뒤 두 가지 세레모니를 펼쳤다. 우선은 자신을 믿고 기용해 준 조광래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이어서는 엄지 손가락을 입에 넣는 세러모니를 했다. 경남 입단 후 늘 자신을 응원해 준 한 부부가 최근 득남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였다. 김태욱은 경남의 팬과 서포터들로부터 특별한 지지를 받는 선수다. 마산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부모님의 생활 터전은 창원이다. 경남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자격을 갖춘 선수다. 입단 초기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자신에게 쏟아지는 지나친 응원과 기대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K-리그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현재는 조광래 감독의 믿음 이상 가는 힘이 되고 있다. 경남의 핵심 선수로 올라서고 있는 김태욱은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돋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는 소망을 밝혔다. 공격적인 면은 제라드를' 수비적인 면은 가투소를 닮아 공수에서 완벽한 선수가 되겠다는 꿈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여부를 부릴 틈은 없다. 경쟁의 연속인 프로의 무대에서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자신이 어렵게 쌓은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는 김태욱의 흔들리지 않는 초심이 그의 발전을 이끄는 궁극적인 원동력이 아닐까.
스포탈코리아 서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