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경남FC 신인 공개테스트 현장을 가다

서호정 | 2009-10-27VIEW 2287

경남FC 코칭스태프와 사무국 직원들은 지난 25일 성남전에서의 기분 좋은 승리 다음 날에도 쉬지 못하고 클럽하우스가 있는 함안종합운동장으로 출근했다. 클럽하우스에는 각기 다른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수 수십명이 대기 중이었다. 이날 경남FC는 신인 공개테스트를 실시했다. K-리그 출범 초창기에나 볼 법한 신인 공개테스트를 부활시킨 것은 조광래 감독의 아이디어다. K-리그는 2007년부터 자유계약제를 폐지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다시 실시하고 있다. 각 순위 별로 동일한 계약조건을 매겨 드래프트 당일 추첨 순서에 따라 선수를 뽑는 방식에 일선 지도자들은 하나 같이 반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K-리그는 재정 안정화를 위한 과도기라는 이유로 드래프트를 고집하고 있다. 조광래 감독 역시 대표적인 드래프트 반대론자지만 당장 바꿀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일종의 자구책으로 택한 것인 공개테스트다. 스카우트들을 통해 가능성 있는 선수를 체크하지만 그 범위가 제한된다는 생각에 하루 동안 선수들을 모아 기량을 직접 확인해 우수 선수를 발굴하고자 한 것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심정으로라도 보겠다는 것이 조광래 감독의 의지였다.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실시된 서류 전형에 참가한 인원만 200명을 넘어섰다. 그 중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스타일이나 경력을 갖춘 선수들을 걸렀고 26일 오전 58명의 선수가 클럽하우스로 집결했다. 선수들은 4개조로 나눠진 뒤 연습경기를 통해 기량을 점검 받았다. 현역 프로선수' 내셔녈리거' 고등학생' 대학 선수' J리그에서 복귀한 선수' 재일교포 등 선수들의 이력도 천차만별. 오전 11시에 시작된 C그룹과 D그룹의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90분 간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혼신의 플레이를 다하지만 잔뜩 긴장했는지 1대1 찬스에서 어이 없는 슈팅이 나오기 일쑤였다. 옆에서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던 학부모는 “하루 전날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참가했는데 경남 구단에서 잘 봐줬으면 좋겠다”라며 사정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조광래 감독은 낯선 카메라 한대가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구단 관계자를 불러 “저거 뭐냐' 다른 구단이 찍으러 온 거 아니냐”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알고 보니 지역 방송국에서 이번 공개 테스트를 취재하기 위해 나온 것. 구단 차원에서 우수 선수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를 다른 구단이 악용하지나 않을까 싶었던 조광래 감독이 그야말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셈이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A그룹과 B그룹의 경기에는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성장하고 있는 전북 권순태의 친동생 권순학(전주대)이 참가를 했다. 형과는 달린 필드 플레이어인 그는 “올해 졸업반이다. 축구를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테스트를 지원했다”라며 참가 소감을 말했다. 경남의 선택을 받든 안 받는 드래프트에 참가할 것이라는 그는 “형이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평소대로 자신감 있게만 하라고 했다”라며 전수받은 노하우를 공개했다. 이국적인 외모의 선수도 눈에 띄었다. 내셔널리그 미포 조선과 홍천 이두에서 뛰었던 센터백 정화용이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도미니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생긴 건 다르지만 완전 한국인이다”라며 “프로 무대에서 1번은 뛰어보고 싶다는 바람 이루기 위해 이번 테스트에 참가했다”라고 동기를 밝혔다. 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이번 공개테스트에 참여한 재일교포 김대룡(히메지독협대)은 일본보다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 지원하게 된 케이스. 경기 후 코칭스태프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클럽하우스를 떠난 그는 “후회없이 뛰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라며 오는 드래프트 선발을 꿈꿨다. 전날 경기에 나선 탓에 휴가를 받았음에도 후배들이 참가한 테스트를 유심히 지켜보던 경남의 미드필더 김영우는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고뇌를 대신 알려줬다. 경기대 졸업 당시 불화한 드래프트 때문에 진로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었다는 김영우는 “각 구단 별로 관심 있는 선수들을 불러서 테스트를 하는데 그땐 뽑는다고 하다가 막상 드래프트 당일에 안 뽑는 등 불확실성이 커서 선수 입장에선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1경기에 모든 걸 보여주려면 압박감이 커 제 실력 다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그가 덧붙인 설명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모든 테스트가 끝난 뒤 “5명 정도는 기회를 줘도 될 만한 기량을 갖췄다”라고 평가했다. 58명 중에 5명. 그것도 몇 순위가 될 지는 모른다. 프로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하다. 과연 11월 17일 열리는 드래프트에서 몇 명의 선수가 경남FC의 유니폼을 입게 될까?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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