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이용래 "다들 쟤는 안된다고 했죠"

서호정 | 2009-10-28VIEW 2506

부활을 알린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이용래 U-17 월드컵 실패' 치명적인 발목 부상… 번외 지명으로 경남 입단할 땐 눈물 공격포인트 10개 돌파' 조광래 유치원의 특급 원생으로 변신 2003년 핀란드에서 열린 U-17 월드컵은 어린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여파로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었다. 당시 윤덕여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 U-17 대표팀은 16년 만의 세계 대회 출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프레디 아두로 각광을 받던 미국' 다비드 실바가 이끌던 스페인에게 패하며 많을 질타를 받았다. 당시의 유망주들은 세계 대회에서의 실패 이후 큰 굴곡을 겪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도 20명 중 13명의 선수가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양동현' 신영록' 이강진' 한동원' 이상협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리고 또 한 명' 당시 유성생명과학고 소속으로 프랑스 메츠에 유학을 다녀왔던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이용래(23' 경남)가 2009년 후반기 소속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이용래는 전반기에만 해도 경남의 부진과 함께 1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소리 소문 없이 공격 포인트를 쌓더니 정규리그 최종전을 앞둔 현재는 29경기에 출전해 6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팀 내에서는 김동찬(11골 7도움)' 인디오(9골 5도움) 다음으로 많은 공격포인트다. 조광래 감독은 “정확한 킥과 공격 가담' 경기를 보는 시야가 좋다. 우리 팀에서 동찬이 못지 않게 중요한 선수다”라고 평가를 내렸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지만 올 시즌은 김영후(강원' 13골 8도움)와 유병수(인천' 14골 4도움)라는 큰 벽이 있다. 하지만 아직 가변성은 남아 있다. 바로 6강 진출 여부다. 김영후는 개인 기록은 돋보이지만 사실상 중고 신인이고 소속팀이 최하위권에 있다. 현재 치열한 6강 싸움에서 경남이 인천을 누르고 K-리그 챔피언십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막판에 이용래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이용래는 신인왕보다는 29경기나 뛸 수 있게 된 데 늘 감사하고 있다. 올해 프로에 데뷔하기 전만 해도 이용래는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소질은 있지만 부상으로 인해 90분도 제대로 뛸 수 없는 반쪽 짜리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불행은 2005년 5월' 고려대학교 1학년 때 찾아왔다. 당시 박성화 감독이 이끌던 U-20 대표팀에 선발됐던 이용래는 세계대회 1주일을 앞두고 가진 자체 연습경기 중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다가 그대로 오른쪽 발목이 부러졌다. 6개월 간 거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던 이용래는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에도 조금만 경기를 하면 발목에 통증이 와 2년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프로 진학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4학년 때도 발목이 아파 마지막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각 구단 스카우트들도 “이용래는 완전히 맛이 갔다. 쟤는 안 된다”라는 평가를 내리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도 각급 청소년 대표팀을 거친 자신의 경력에 일말의 기대를 건 이용래는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했다. 하지만 드래프트 당일 1순위' 2순위' 3순위가 결정됐을 시간임에도 현장에 간 후배에게선 어떤 연락이 오지 않았다. 1시간이 지난 뒤에야 걸려온 전화. “형' 경남에서 뽑았는데요 번외지명이에요.” 이용래는 당시 순간을 회고하면서 “오랫동안 해 온 축구를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는 의지가 그 순간만큼은 무너졌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각급 대표팀을 거쳤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탓도 있었지만 겨우 연봉 1'200만원을 받고 프로 생활을 한다는 현실은 늘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부모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때 U-17 대표팀에서 자신을 지도했던 윤덕여 경남FC 수석코치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용래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윤 수석코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과 함께 당장 짐을 싸서 함안의 클럽하우스로 내려올 것을 주문했다. 절망에 빠졌던 이용래로서는 그 말 한마디에서 희망을 찾고 프로 선수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비록 환경은 상위팀에 못 미쳤지만 조광래 감독 특유의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한 이용래는 점차 경기를 뛰면서 다치기 전의 몸 상태를 찾아갔다. 경기가 끝난 뒤 항상 재활 트레이너들이 발목 부위의 치료를 해주면서 4년 간 고질병이었던 발목 통증이 사라졌다. 경남에서는 작은 부상 한번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대학 시절의 부진으로 잃은 자신감의 회복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패스 플레이뿐만 아니라 미드필드 2선에서 적극적으로 쇄도해 숨은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용래의 소질을 높이 평가했고 개막전부터 선발 출전시켰다. 올시즌 29경기 중 27경기가 풀타임 출전이다. “경기를 계속하니까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고 고교 시절 자신 있어 하던 플레이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라는 게 이용래의 얘기다. 이용래는 중앙 미드필더지만 헤딩 슛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올 시즌 기록한 6골 중 2골이 헤딩 슛이다. 전매특허는 과감한 문전 쇄도에 이은 마무리다. 지난 29라운드 성남전 선제골이 대표적 케이스다. 측면에서 팀의 돌파가 시작되자 어느새 문전 앞으로 달려와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마무리했다. 성남전 쐐기골 장면에서는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송호영에게 배달하며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자질도 보였다. 미들라이커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첼시의 미드필더 프랭크 램파드를 보는 듯 하다. 이용래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왼발 프리킥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올 시즌 그는 대구와의 홈 경기에서 왼발 프리킥 골을 기록했지만 수비수를 맞고 굴절된 골이었다. “세트 피스에서 감독님이 계속 기회를 주시는데 아직은 핀 포인트로 맞춰서 올리는 킥이 예전 같지 않아요. 동료들에게 어시스트를 제공해야 하는데…”라는 말과 함께 웃음을 지어 보인 그는 “스페셜리스트요? 아우' 과거의 평가를 받으려면 갈 길이 한참은 멀죠”라며 손사래를 쳤다. 큰 아픔은 딛고 올라서기에 자신에게 더 겸손해줄 수 있는 이용래는 대학 시절 잃어버린 시간들을 프로 무대에서의 더 큰 성공으로 찾아가고 있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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