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일레븐=창원)
박성화 경남 FC 감독 처지에서는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었을 것이다. 믿음직하지 못한 스토야노비치를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를 맡길 선수 중 하나로 여겼던 김영욱의 생각지도 못한 퇴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영욱은 어이없는 파울로 커리어 도약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경남이 8일 저녁 7시 창원 축구센터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5 21라운드에서 대구 FC에 0-1로 패했다. 경남은 후반 45+3분 대구 미드필더 류재문에게 통한의 실점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박 감독은 이날 대구전에서 최전방 공격 라인업에 변화를 꾀했다. 2015시즌 개막 후 6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고 있는 스토야노비치를 두 경기 연속 스타팅 라인업에서 배제한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스토야노비치는 최근 사타구니 근육에 다소 문제가 있는데다 경남 입단 전 당했던 큰 부상의 후유증이 재발해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감독은 부상 외에도 스토야노비치를 뺀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스토야노비치가 6골을 터뜨리며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경남에 적잖이 보탬이 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스탯 여부를 떠나 한 차원 높은 경기력을 보여야 하는 외국인 선수라는 신분과 K리그 클래식보다 한 단계 아래인 K리그 챌린지에서 뛰는 만큼 지난해보다 도드라진 활약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큰 믿음을 주지 않고 있다. 또한 예산이 크게 삭감되어 언감생심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꿈도 못 꾸는 상황이 주어진 여건을 감안할 때, 팀 내 고액 연봉자인 스토야노비치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후반기 경남 공격진은 전반기와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 박 감독은 주어진 선수진을 바탕으로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2015시즌을 통해 데뷔한 신인 김영욱에게 기회가 돌아간 배경이다. 올 시즌 개막 후 15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치고 있는 김영욱은 떠날 것이 확실시되는 스토야노비치를 대신할 스트라이커 자리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주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단 10분 만에 날리고 말았다. 전반 10분 대구 문전에서 상대 센터백 이종성과 공중볼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가격하는 바람에 곧바로 퇴장당하고 말았다. 객관적 전력상 대구에 밀리면서 경기를 시작한 터라 이렇다 할 찬스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과도한 플레이를 펼치다 그라운드 밖으로 쫓겨난 것이다.
박 감독은 자신이 구상했을 시나리오에서 전혀 상정하지 못했을 이 상황이 무척이나 갑갑했을 것이다. 객관적 전력상 대구에 한수 뒤지는 터라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카운터 어택을 들고 나왔는데, 김영욱이 퇴장당하면서 버틸 순 있어도 일격을 가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이 주어지니 경남은 자신들의 진영에 갇혀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볼 소유권 싸움에서도 완벽하게 졌다. 박 감독의 구상이 시작부터 뒤틀어졌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김영욱이 퇴장당함에 따라 향후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부상으로 몸이 성치 않은데다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상황이 주어진 스토야노비치가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주 험멜 임대 시절 제법 활약했던 정성민은 경남 임대 복귀 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 있다. 송수영, 김슬기는 전문 타깃형 공격수가 아니다. 이가 아닌 잇몸으로 버텨야 할 상황인데, 잇몸도 성치 못한 상황이 경남에 주어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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