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일레븐=창원)
수적 우위를 점한 후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아무리 전력상 앞선다고는 해도 적지에서 이토록 승부에서 압도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경남 FC를 상대한 대구 FC가 그런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도리어 수적 우위가 독이 된 듯한 모습이다.
대구는 8일 저녁 7시 창원 축구센터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5 21라운드 경남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신승했다. 대구는 경기 종료 직전 류재문의 대포알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열었다.
최근 여섯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최근 일곱 차례 원정 경기에서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대구의 빼어난 경기력이 시선을 끈 경기였다. 이영진 대구 감독은 마치 경쟁하듯 공격 포인트를 쏟아내고 있는 조나탄·노병준·문기한 등 공격 트리오를 모두 내보내며 경남을 상대로 승리를 노렸다.
흐름상으로 볼 때 완벽하게 압도하는 경기였다. 대구는 후방에서부터 볼 소유권을 확실하게 지키며 빌드업을 전개했다. 라인을 끌어올려 상대 진영에서 플레이를 전개해 사실상 원사이드 게임처럼 비치게 만들었다. 레오·노병준 등 빠른 발을 자랑하는 이선 공격수를 활용한 속공도 유효적절하게 활용했다. 전반 28분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시도한 김동진의 슈팅, 전반 34분 이종성의 중거리 슈팅, 전반 35분 조나탄의 헤딩 슈팅 등 골에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권투로 치자면 공이 울리자마자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고 난타하는 복서같은 느낌을 주는 경기 내용이었다.
그러나 거듭해서 주먹을 날리던 대구는 매우 힘든 경기를 펼쳤다. 경남의 맷집이 대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했다. 경남은 볼 소유권을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효 적절한 수비 전술로 대구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수비진이 뚫리면 선방쇼를 펼친 경남 수문장 손정현에게 거듭 막혔다. 전반 10분 경남 공격수 김영욱의 퇴장 이후 완전히 수비에만 치중한 경남을 상대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도리어 후반 41분 진경선의 패스를 받은 이상현에게 위험천만한 실점 위기를 내주면서 패배 일보 직전까지 갔다.
경기 종료 직전 프리킥 상황에서 류재문의 대포알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겨우 이기긴 했지만 일방적으로 상대를 짓눌렀던 경기 내용을 감안하면 1골 차 승리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일방적으로 경기를 주도하고도 이기지 못해 분할 수밖에 없고, 하마터면 질 뻔한 경기였기에 승리를 만끽하면서도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대구가 K리그 챌린지 상위권 경쟁에서 좀 더 경쟁력을 보이려면 이처럼 현격한 전력 차를 보이는 경기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매듭지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