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병지(38)는 재기의 불꽃을 일으키기 위한 무대로 고향을 택했다. 27일 플레잉코치로서 경남과 2년 계약에 합의하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은 고향팀 경남FC를 도민의 더 큰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팀이 될 수 있게 돕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한 뒤 17년 동안 471경기에 출전한 김병지는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가고 있다. 경남에서 통산 500경기 출전이라는 불멸의 대기록에 도전하게 된 김병지는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한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성과"라며 고향팀에서 한국 축구사에 의미있는 기록을 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약속했다. 지난 3년 간 6강 플레이오프 진출과 FA컵 결승 진출 등의 성과를 내며 '도민구단 돌풍'을 일으킨 경남은 2009년 창단 4년 차를 맞아 김병지라는 K-리그 최고의 스타를 앞세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다음은 김병지의 입단 소감 및 인터뷰.
- 고향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소감은? 조금 더 젊었을 때 왔어야 했지만' 지금도 중요한 시기고 내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남에는 부모님과 형제가 있는 고향(밀양)이 있고 학창 시절과 직장인 시절(*김병지는 고교 졸업 후 대학' 프로에 가지 못하고 창원의 공단에서 일한 바 있다.)을 보낸 제2의 고향 마산' 창원도 있다. 편안한 느낌이다. 경남FC는 많은 도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팀이다. 앞으로 더 큰 기쁨을 드리기 위해 내게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 조광래 감독이 “김병지의 열린 자세에 굉장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내가 조 감독님께 감동했다. 프로에 오래 있었는데 이제서야 감독님과 함께 일하게 됐다.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다.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선택하신 만큼 내가 자존심을 지켜드려야 한다. 경남행을 제안하시면서 주신 명분들이 내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감독님 얘기에 적극 동의했을 뿐이다.
- 플레잉코치라는 직책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사실 부담이 된다. 일단은 선수 쪽에 중심을 놓고 활동할 것이다. 조 감독님께서 지도자와 선수의 경계에 서보면 시야가 달라지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그 얘길 믿는다. 또 예전에 감독님께서 신의손을 플레잉코치로 데려와 마흔 다섯까지 뛰게 도와주셨다. 40대 선수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도 꿈꿔보고 싶다.
- 개인 목표인 프로 통산 500경기 도전도 계속 이어진다. 사실 개인 기록에 크게 연연하진 않지만 그것이 가진 의미와 상징성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500경기는 내 역할을 잘 한다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냥 500경기 기록을 세우는 게 아니라 멋지게 이뤄보고 싶다. 골키퍼인 김병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경남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면 K-리그 빅3 수준으로 점차 접근할 것이다.
- 고향인 밀양에서 500경기 기록을 쓸 가능성도 있다. 그건 그야말로 꿈만 같은' 내 입장에서는 가장 환상적인 시나리오다. 지난 2년 간 경남이 밀양에서 K-리그 경기를 개최해 굉장히 좋은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내가 노력해야 할 일이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 경남이 시민 구단이라는 한계에도 지난 3년 간 좋은 성과를 냈다. 내년에 어떤 성과를 내고 싶나? 내실 있고 탄탄한 경기력으로 지난 3년 이상의 결과를 내고 싶다. 감독님께서 원하는 축구가 있고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신선한 팀 컬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찾을 수 있게도 만들고 싶다. 결국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은 관중이고' 그것이 성적과 직결된다. 구단 운영의 묘도 살릴 수 있다.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매 경기 대관중이 찰 수 있는 경남FC가 되는 데 일조하겠다.
- 이적 후 전 소속팀에게 내려진다는 ‘김병지의 저주’는 내년에도 유효할까? 이전 팀에 특별한 악감정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잘해야 지금 소속팀이 승리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노력한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 서울을 상대로도 김병지의 저주가 이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웃음)
TIP> 김병지의 저주란? 경남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울산' 포항'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보낸 김병지는 이적 때마다 전 소속팀을 상대로 유달리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그가 속한 팀이 전 소속팀을 상대로 절대 우세의 전적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2001년 김병지가 울산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뒤' 울산은 5년 간 포항을 상대로 5승 2무 10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2006년 서울로 이적한 뒤에는 포항이 역으로 김병지의 저주에 걸렸다. 지난 3년 간 포항은 서울에 1승 1무 5패의 참담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김병지가 포항을 떠난 뒤' 울산은 대포항전에서 4승 3무 4패의 호각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포항이 김병지의 저주에서 풀려나 서울전 부진을 씻을 지' 반대로 서울이 경남을 상대로 열세에 놓일 지가 관심사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