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2008-09-10VIEW 1963
경남FC의 공격수 김영우가 입단 초기의 부적응을 딛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영우는 축구전문지 <포포투> 9월호를 통해 ‘게으름’을 벗고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게 된 자신의 변화를 고백했다. <포포투> 9월호는 K-리그 전반기에 각 팀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명품 조연’ 14인을 조명했다. 경남에서는 경남에 승점 9점을 안겨준 ‘골든보이’ 김영우를 주목했다.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놓은 김영우의 사연을 재구성했다.
김영우는 28.5분이 짧지 않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김영우가 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은 285분(9월 10일 현재 기준). 10경기를 소화했으니 경기당 평균 28.5분을 뛴 셈이다. 풀타임 출전을 보장받는 베스트 멤버도 아니고 눈에 띌 만한 득점 기록을 작성한 것도 아니다. 정규리그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3골이라는 수치는 공격수가 내세울 만한 기록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활약상이 빛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해결사의 역할. 그의 골은 모두 교체 투입된 직후에 터졌다. 승부를 뒤집는 역전골 한 번' 승리를 확정짓는 결승포 한 번' 팀의 대승에 쐐기를 박는 결정타 한 번. 그의 발끝에서 터진 3골은 모두 팀의 승리로 직결됐다. 승점 9점을 보탰으니 골의 순도는 수치 그 이상이다. 정규리그 15라운드를 소화한 현재까지 경남의 성적은 6승3무6패. 실제로 승률의 절반에 가까운 3승을 오롯이 안겼으니 김영우의 기여도는 결코 적지 않다. 김영우가 골을 성공시킨 날 경남의 순위가 어김없이 상승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쯤이면 그의 이름 앞에 새로이 붙은 수식어 ‘골든보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게으름’과 ‘소심함’의 틀을 깨고 그런데 경남은 이 ‘보물’을 왜 이제야 발견하게 된 걸까. “순전히 저한테 문제가 있었어요. 작년에 입단했는데 팀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한데다 기회가 눈 앞에 있어도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죠. 게을렀어요. 소심했던 성격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구요.” 자칫 낙오된 선수로 낙인 찍힐 수도 있었던 순간'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시즌 종료와 함께 경남의 사령탑이 박항서 감독에서 조광래 감독으로 교체된 것. “새로운 찬스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김영우는 신임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훈련량을 끌어올렸다.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와 드리블 돌파로 감독의 눈길을 끄는데도 성공했다. 좁은 지역' 짧은 거리에서 이뤄지는 그의 순간 돌파 능력은 최상급이다. 탄탄한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측면 공격과 2선에서 다양하게 이어지는 침투를 중시하는 조광래 감독에게 김영우는 ‘꽤 쓸만한’ 공격 옵션이었다. “감독님은 많이 뛰면서 볼을 오래 소유하는 축구를 좋아하세요. 선수 개개인에게는 패스' 기술' 드리블 돌파를 강조하시구요. 평소 일대일 훈련이나 이대일 훈련을 많이 하는데' 경기장에서 이런 장면이 안나오면 ‘왜 훈련한 걸 써먹지 않느냐’고 호통을 치시기도 하죠. 제가 경기장에서 적극적으로 돌파하고 드리블하려고 했던 걸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후반전의 사나이 경기장에서 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짧게는 5분' 길어도 30분 내에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후반에 들어가면 흐름을 찾기까지 애를 먹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몇 차례 생기는 기회를 살리다 보면 자신감이 붙죠. 형들이 ‘넌 후반 체질인가보다’하고 놀리기도 해요.” 물론 그도 풀타임 출장에 욕심이 난다. 전반부터 뛰면 몸이 풀려서 후반에 뛰기가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광래 감독에게 ‘김영우 카드’는 후반의 승부수로 더 유효하다. 이러다 반 게임짜리 선수로 굳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유난히 큰 눈망울을 굴리며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계속 풀타임으로 뛰지 못하면 서운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곧바로 “감독님이 원하시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역할을 해내는 게 더 우선이죠”라며 웃어보인다. 올 시즌의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예기치 않은 순간에 또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매 순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감독님이 ‘선수 한 명이 하나씩의 실수만 줄여도 11개의 패스미스가 사라진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더 집중하게 돼요.” 김영우는 기술과 패스로 무장한 경남 축구가 후반기에 훨씬 더 재밌어질 거라고 장담했다. ‘후반전에 승부를 내는’ 이 청년의 ‘후반기 공약’. 어쩐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다.
인터뷰.정리=배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