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2007-12-05VIEW 2081
2007년 하반기 한국 축구의 주요 키워드는 ‘야인의 복귀’인가 보다. 김호 감독이 위기의 대전 시티즌에 부임해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노장의 힘을 과시한 게 그 첫 신호탄이었다. 두 번째 신호탄은 12월에 들어서자마자 쏴 올려졌다. 박항서 감독의 사임으로 공석인 된 경남FC의 지휘봉을 조광래 전 서울 감독이 잡게 됐다.
경남은 3일 저녁 신임 감독 선정위원회가 20명의 후보 중 조광래 감독을 선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70년대 한국 축구의 컴퓨터 링커로 이름을 날린 조광래 감독은 2004시즌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난 뒤 3년 만의 K리그 복귀다.
감독 공개 모집에 나선 경남 측에 조광래 감독이 지원서를 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그의 부임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게 축구인들의 예상이었다.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이름값을 자랑하고 2000년 K리그 우승으로 이미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게다가 경남 진주 출신의 축구인으로 ‘도민구단’이라는 경남의 특성을 채워줄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였다.
조광래 감독의 복귀로 자연스레 눈이 모이는 것은 김호 감독과의 신 라이벌전이다. 95년 수원 창단 작업 과정에서 감독(김호)과 코치(조광래)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이후 2년간 동고동락하며 신생팀을 단기간에 K리그 강호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조광래 코치는 97년을 끝으로 수원을 떠났고 1년 뒤 안양 LG(2004년 연고 이전 후 FC 서울로 변경)의 감독으로 돌아온다. 이미 92년부터 94년까지 부산 대우의 감독을 역임했던 조광래 감독으로선 코치 생활이 썩 내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당시 결별이 지휘권 승계를 약속한 두 사람의 갈등이 됐다는 소문을 통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진실이야 무엇이든' 조광래 감독이 안양에 부임한 99년 이후 김호의 수원과 조광래의 안양이 K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로 발전했음은 명확한 사실이고 역사다. 수원과 안양은 K리그에 ‘더비’로 불릴 만한 라이벌전을 조성했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치열하게 경합했다. 99년 수원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자 안양은 이에 뒤질 새라 2000년 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에도 순위야 어쨌든 두 팀의 승부는 치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운명이란 너무나 재미있고 가혹한 것이다. 2003년을 끝으로 김호 감독이 수원 사령탑에서 물러났고' 조광래 감독도 1년 뒤에 K리그를 떠나게 됐다. 두 감독은 축구지도자협의회에서 만나 한국 축구 발전을 전제로 힘을 모으기도 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 정치권의 진리는 축구판이라고 다를 리 없다.
두 사람은 2007년 차례로 K리그에 복귀하며 또 한 번 ‘운명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조광래 감독의 복귀 소식을 들은 K리그의 관계자는 “축구지도자협의회 발족으로 인해 두 사람의 앙금이 잠시 녹은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또 다를 것이다”며 김호 감독과의 신 라이벌전에 대한 예감을 털어놨다.
여러 환경에서 2008년 펼쳐질 김호와 조광래' 대전과 경남의 대결은 라이벌 전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관계도 그렇거니와 시민 구단이라는 특성이 기폭제가 될 것이다. 경남과 대전은 올 시즌 나란히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시민 구단 돌풍을 이끌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기업 구단을 이끌던 감독들이 시민 구단을 이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김호 감독은 난파 직전의 대전을 6강으로 이끌며 여전한 지도력을 과시했다. 이제는 조광래 감독의 차례다. 박항서 전 감독이 닦고 간 기반을 잘 살린다면 경남은 올 시즌의 놀라운 모습을 조광래 감독 체제하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 김호 감독에 뒤지지 않기 위한 조광래 감독의 준비가' 그리고 두 사람의 맞대결이 2008시즌 개막을 3개월이나 남겨둔 벌써 기대되게 한다.
99년부터 2003년까지 두 감독이 맞붙은 21번의 경기는 10승 2무 9패로 조광래 감독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