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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 선수의 부상에 대한 적의군의 입장

이성종 | 2012-05-01VIEW 3755

지난달 29일 경기에서 우리 윤신영 선수가 SK 홍정호 선수에게 거친 태클을 가한 장면때문에 여기저기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반응을 살펴보니 태클을 가한 윤신영 선수에 대한 비난일색이더군요. 아무래도 당한 선수가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를 겸하고 있는 선수라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비난의 내용이 너무 원색적이었고 심한 욕설이 들어 있어서 보는 저희 적의군 회원들은 무척 속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대' 올대 선수에 대한 쉴드가 이렇게 엄청났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그 장면을 복기해보면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상황이었고 선수들도 많이 미끄러지기도 했었죠. 홍정호 선수가 역습을 들어오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이걸 끊지 못하면 곧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 싶어 수비하던 윤신영 선수가 끊어내려 태클을 가했습니다. 하지만 물에 젖은 잔디 때문인지 심하게 미끌리는 바람에 억울하게도 살인 태클로 비춰지고 말았습니다. 홍정호 선수는 고통스러워 하면서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윤신영 선수는 분명 고의적으로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지만 동업자를 다치게 한 미안한 마음에 홍정호 선수가 들것에 실려나갈 때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했습니다. 과연 고의였다면 뼈에 실금만 갔을까요? 더 심한 부상으로 당신들이 고대하던 올림픽은 물건너가고 K리그도 시즌 아웃될 수 있었겠죠. 제발 비판을 하더라도 뭘 제대로 알고 하셨음합니다. 축구라는 스포츠에서는 항상 몸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경우에 따라서 지나친 흥분으로 거친 플레이가 나오기도 합니다. 덩달아 팬들도 흥분해서 삿대질하며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종합적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거친 태클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가해 선수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욕설은 결코 관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기본이 안되어 있는 팬은 한 팀의 지지자라는 탈을 쓴 '얼빠' 또는 '축구 저능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바꾸어 생각해보면 몸싸움이 없는 축구는 축구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축구가 아니라 우아한 발레인 거죠. 저희는 축구가 치열한 몸싸움으로 볼을 뺏으려는 전쟁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아름답게 빛나는 '뷰티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언론에서는 동업자 정신이 실종됐다느니 하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냈던데 윤신영 선수가 사과한 장면은 그냥 지나치신 겁니까? 당신들이 그러니 사태 파악도 안되는 팬들이 올림픽대표의 핵심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경남 구단 홈페이지에 떼로 몰려와서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죠. 물론 그런 무개념한 팬들의 행동도 문제지만 이런 엉터리 기사로 여론을 호도한 언론도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들 눈에는 다친 올림픽대표 선수밖에 안 보이십니까? 최소한 뜻밖의 부상을 입힌 데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선수의 심리 상태도 살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더 실망했던 것은 평소 경남팬이라고 자처하며 구단 게시판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경남을 응원하던 사람들이 올대 선수 하나 다쳤다고 그 무개념들과 협공하는 모습 너무 가관이었습니다. 우리의 현재 성적이 하위권이라 시즌 포기하고 관심을 올림픽으로 돌리신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져봅니다. 물론 크게 봤을때는 월드컵이나 올림픽같은 국가 대항전의 성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K리그를 사랑하며 그 중에서도 경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 선수부터 챙기자는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경남보다 올림픽 메달이 더 중요하다는 듯 올림픽대표인 남의 자식부터 챙기고 반대로 괴로워 하는 우리 자식은 그냥 내버린 자식 취급해버리니 저희로서는 부아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당신들이 경남팬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애국심 발휘하고 싶으시면 차라리 경남 버리고 국대팬 해서 국대 경기할 때 충분히 발휘하십시오. 당신같은 사람들이 경남 떠난다고 해서 경남이 망한다거나 팬들 다 떠나는 건 아닙니다. 저희는 그것이 오히려 우리 경남의 팬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경고하건데 앞으로도 계속 구단 게시판이나 SNS에 무조건적인 비난의 글을 올리실 거면 괜히 나서서 싸움 일으키지 마시고 조용히 짜져 계십시오. 지금 이 글에 불쾌해 하신다면 언제든지 홈구장 N석으로 오셔서 저희를 찾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반박 당할 각오는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 누구보다도 심적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우리 윤신영 선수. 그대 뒤엔 항상 우리가 지키고 있으니 너무 기죽지 마시고 평소처럼 허슬 플레이로 팬들을 감동시켜 주십시오. 우리는 그대가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홍정호 선수에게도 빠른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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