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최현연 아내' "자상한 내 남편' 축구는 독종"

인터풋볼 | 2012-09-20VIEW 4326

 올해 K리그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플릿 시스템은 많은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30라운드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경남FC를 극적으로 그룹A(1~8위 상위리그)에 올려 놓은 최현연(28)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강렬했다. 최현연이라는 이름 석자는 그 결승골 전까지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근 2년 간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축구팬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골로 자신의 이름이 다시 회자됐고' 이제는 경남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30라운드를 마쳤을 당시 최현연은 “재활 기간이 굉장히 힘들었다. 아내가 곁에서 응원해준 게 큰 힘이 됐다”며 만삭의 몸에 자신의 병 간호를 도왔던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울먹이며 말하던 그의 모습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최현연의 마음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없었다. 또한 아내의 내조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유발됐다. 그래서 '내남소(내 남편을 소개합니다)'는 최현연과 그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 나섰다. 최현연과 그의 동갑내기 아내 김단비 씨 그리고 둘 사이의 보물인 딸 아린(1) 양을 만난 날은 울산과의 그룹A 첫 경기를 마친 다음 날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현연 가족은 예배를 마치고 약속한 장소의 문을 열었다. 최현연의 ‘인생역전 골’ 그러나 시크한 아내 최현연은 지난 8월 2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광주와의 K리그 30라운드에서 후반 18분 경남의 그룹A행을 견인하는 극적인 2-1 역전골을 넣었다. 최현연은 머리 속에 힘들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간 듯 상의를 벗어 던지고' 아내와 아이가 앉아있는 관중석을 향해 무작정 뛰어갔다. 그런 순간을 고대하며 남편을 뒷바라지 했던 단비 씨는 어땠을까? “사실 아기 과자 먹이고 있어서 골 장면을 못 봤어요. 관중석 쪽으로 달려오는 신랑을 보고 ‘아' 남편이 넣었구나’고 생각했죠. 그 순간에는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경기 후 신랑이 제게 고맙다고 말한 인터뷰를 보고 예전 힘들 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 사람도 알아주는구나. 하지만 나중에 골 장면을 보고나선 왜 유니폼을 벗었냐고 타박을 좀 했네요. 경고 받잖아요. (웃음)” “저도 신랑도 의의로 들떠있지 않았어요. 저희가 바닥까지 찍어서 그런지 그날도 조용하게 보냈어요. 다음날부터 기사가 나오고 주변에서 잘됐다고 축하를 받으면서 그때서야 중요한 골인지 알았죠. 오히려 저희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게 됐어요. 그리고 관심은 그 순간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가 더 중요한 거죠. 신랑이랑 딱 3일만 기뻐하자고 했어요” 최현연의 저돌적인 구애 이들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현연은 제주 소속으로 17경기에 나서며 무난히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그 해 11월 최현연은 숙소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다 미니홈피를 통해 아내를 처음 접했다. ‘오늘의 투멤녀’로 메인에 뜬 단비 씨를 보고 느낌이 너무 좋았다던 최현연은 쪽지를 보내며 구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단비 씨는 형식적인 답장을 보내며 경계했다. 그럼에도 최현연은 저돌적으로 단비 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단비 씨가 유학 중이던 뉴질랜드까지 날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 쪽지가 왔을 때는 ‘다른 사람한테도 이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외모도 제 스타일이 아니었죠. 그럼에도 신랑이 계속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당시 뉴질랜드에서 유학 중이던 제가 방학 때 서울에 오면서 만나게 됐어요. 직접 만나보니 사진 보다 훨씬 나은 거에요. ‘나쁘지 않네’ 하면서 연락을 하다 보니 사람이 정말 착한 게 느껴졌죠. 신랑이 너무 순수했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나게 됐어요. 아쉽게도 한 달 정도 데이트를 하다 저는 뉴질랜드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어요.” “신랑이 2007년 초에 시즌을 마치면 뉴질랜드에 온다고 약속을 하더라고요. ’설마 진짜 올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온 거에요. 너무 고마웠죠. 평소에도 틈틈이 전화를 해주며 믿음을 심어줬지만 뉴질랜드에 왔을 때 ‘이 사람은 약속한 걸 지키는구나’며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3년을 연애하고 결혼 했는데 여전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한 건 꼭 지키는 사람이에요.” 2008년 단비 씨가 귀국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서울과 제주라는 거리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최현연은 휴가를 받으면 서울로 올라왔고' 단비 씨는 제주로 날아가 최현연을 응원했다. 조금씩 사랑을 키워간 둘은 3년여의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세심한 성격의 최현연은 특별한 프러포즈를 통해 단비 씨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 2009년 8월 15일 대구전' 최현연은 장모에게 미리 협조 속에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단비 씨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했다. 단비 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모르고 내려갔지만 아예 느낌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네요. (웃음) 어머니가 갑자기 ‘단비야' 옷 사러 가자. 예쁘게 입고 제주도 가야지’라고 하시는 거에요. 거짓말을 못하는 신랑과 어머니의 어설픈 작전 때문에 눈치를 살짝 챘죠. 그래도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정말 좋았어요.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이 내 남자친구는 뭐냐고 시샘을 하더라고요. 여자들은 프러포즈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까요. 신랑에겐 부끄럽기도 하고 큰 용기가 필요 했을 거에요.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그 추억이 나중에 닥칠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됐어요.” 행복의 시간을 막은 치명적인 부상 2009년 12월 결혼한 최현연은 이듬해 억대 연봉을 받으며 포항으로 이적했다. 곧이어 단비 씨는 아린 양을 임신했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시련이 닥쳤다. 최현연이 허리 디스크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최현연은 2010년에 단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로 인해 포항을 떠나게 됐다. 고통은 계속 됐고 최현연은 2011년 3월 선수 생명을 걸고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는 인내를 시험하는 재활에 돌입했다. 아내가 임신 7개월 차에 들어서던 때였다. “신랑이 더 절망적인 걸 알았기 때문에 내색하진 않았어요. 임신했을 때여서 투정 부릴 수도 있었는데 쏙 들어갔죠. 그래도 속으로는 원망 아닌 원망을 했어요. 왜 더 슬픈 일이 생겨서 기쁜 일을 덮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너무 힘들고 뱃속의 아이에게도 안 좋을 것 같아서 나중에 전화위복이 돼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속으로는 눈물이 났지만 신랑이 임신중인 아내가 우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찢어지잖아요. 겉으로 티 내지 않고 기도하며 견뎠죠.” 최현연은 강원도 평창에서 이를 악물고 재활에 전념했다. 단비 씨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서울 친정집에서 출산을 준비했다. 그 상황에서도 최현연은 드라마틱하게 남편과 아빠 노릇을 했다. 아린 양의 탄생은 역경을 겪고 있던 부부에게 한줄기 빛이 됐다. “신기하게도 출산하는 날 신랑의 재활이 딱 끝난 거에요. 병원을 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신랑이 앞에 서있더라고요. 아린이가 아빠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세상으로 나온 것 같아요. 아린이 태몽에 황금 축구공이 나왔거든요. 정말 아린이가 태어난 후부터 신랑이 잘 됐어요. 저희는 아린이를 복덩이라고 불러요." 이 악문 최현연' 경남에서 기회를 잡다 세 식구의 가장이 된 최현연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기약 없는 복귀와 뼈를 깎는 재활의 고통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아냈다. 그러던 2011년 여름 경남 입단 테스트를 통과했고 가까스로 6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잘나가던 시절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조건에 최현연은 현실을 깨달았다. 그는 부단히 노력해 최진한 감독에게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올 초 경남과 정식 계약을 맺었다. 올 3월에는 창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세 식구가 한 집에서 살게 됐다. “저는 2011년 전체를 재활 기간으로 봤어요. 경남에 못 들어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라고 했죠. 얼마 후 계약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신랑이 ‘그런데 연봉이 적을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선 팀에서 운동하는 게 중요하니까 돈은 생각하지 말고 들어가라고 했죠. 재활에만 매달렸던 전반기를 생각하면 계약 자체가 너무 감사했어요. “이사를 하면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드디어 함께 사네’라고 감격했죠. 결혼하고 1년 같이 살고' 1년 따로 살았거든요. 이제 아기가 좀 커서 아빠를 봐야 할 시기에 같이 살게 되니까 너무 좋았어요. 같이 살고 나서 신랑이 힘들 때 다리도 주물러주고 아기와 함께 애교로 힘을 줘요. 밖에서는 차분한 말투지만 집에서는 콧소리도 내는 식이죠. 그냥 아기를 따라해요. (웃음)” ‘자상한 남편’ 최현연은 독종 광주전 골은 최현연의 부활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뼈를 깎는 남편의 재활을 지켜 본 단비 씨는 득점보다 더 가슴 뭉클했던 순간이 있다면서 남편 자랑에 나섰다. “예전에 허리 수술하고 허벅지 근육이 다 빠져서 물렁한 걸 보고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얼마 전 마사지를 해주다 보니 허벅지 근육이 돌아 온 거에요. 신랑이 노력한의 결과였죠. 광주전 골 보다 더 기뻤어요. 정말 성실한 신랑을 믿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최현연 독하구나’라고 생각했죠. 피눈물 흘린 걸 아는데 내색 한 번 없이 다시 일어난 신랑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신랑이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거든요. 어딜 가나 자상하다는 말을 들어요. 오히려 제가 강하고 신랑은 마음이 여려서 상처를 잘 받는 스타일에요. 제가 잡아주어야 해요. 또 서로 양보하면서 맞춰가는 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아직 10년' 20년 산 것 아니지만 앞으로도 한결 같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남자에요. 최현연은 평소에 아내가 칭찬보다는 조언을 하며 ‘집안의 감독님’ 역할로 자신을 다잡아 준다고 전했다. 경남은 오는 10월 20일 포항과의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역시나 단비 씨는 애정이 듬뿍 담긴 자극으로 남편에게 힘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FA컵 우승하면 칭찬해줘야죠. 프로에서 아직 우승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기대해봐야죠.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저희는 조급해하지 않아요. 나쁜 일 다 겪었으니 걱정 말고 은퇴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말하죠. 아직 확고한 주전도 아니고 한숨 돌렸다 하기엔 이르지만 이제 신랑이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운동하면 좋겠어요. 항상 차분하고 꾸준하게 가야죠. 성실한 신랑을 믿어요!” 인터풋볼 채태근 기자
  • 비밀글 여부 체크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