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풋볼 | 2012-09-20VIEW 4326

조금씩 사랑을 키워간 둘은 3년여의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세심한 성격의 최현연은 특별한 프러포즈를 통해 단비 씨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 2009년 8월 15일 대구전' 최현연은 장모에게 미리 협조 속에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단비 씨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했다. 단비 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모르고 내려갔지만 아예 느낌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네요. (웃음) 어머니가 갑자기 ‘단비야' 옷 사러 가자. 예쁘게 입고 제주도 가야지’라고 하시는 거에요. 거짓말을 못하는 신랑과 어머니의 어설픈 작전 때문에 눈치를 살짝 챘죠. 그래도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정말 좋았어요.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이 내 남자친구는 뭐냐고 시샘을 하더라고요. 여자들은 프러포즈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까요. 신랑에겐 부끄럽기도 하고 큰 용기가 필요 했을 거에요.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그 추억이 나중에 닥칠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됐어요.” 행복의 시간을 막은 치명적인 부상 2009년 12월 결혼한 최현연은 이듬해 억대 연봉을 받으며 포항으로 이적했다. 곧이어 단비 씨는 아린 양을 임신했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시련이 닥쳤다. 최현연이 허리 디스크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최현연은 2010년에 단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로 인해 포항을 떠나게 됐다. 고통은 계속 됐고 최현연은 2011년 3월 선수 생명을 걸고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는 인내를 시험하는 재활에 돌입했다. 아내가 임신 7개월 차에 들어서던 때였다. “신랑이 더 절망적인 걸 알았기 때문에 내색하진 않았어요. 임신했을 때여서 투정 부릴 수도 있었는데 쏙 들어갔죠. 그래도 속으로는 원망 아닌 원망을 했어요. 왜 더 슬픈 일이 생겨서 기쁜 일을 덮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너무 힘들고 뱃속의 아이에게도 안 좋을 것 같아서 나중에 전화위복이 돼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속으로는 눈물이 났지만 신랑이 임신중인 아내가 우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찢어지잖아요. 겉으로 티 내지 않고 기도하며 견뎠죠.” 최현연은 강원도 평창에서 이를 악물고 재활에 전념했다. 단비 씨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서울 친정집에서 출산을 준비했다. 그 상황에서도 최현연은 드라마틱하게 남편과 아빠 노릇을 했다. 아린 양의 탄생은 역경을 겪고 있던 부부에게 한줄기 빛이 됐다. “신기하게도 출산하는 날 신랑의 재활이 딱 끝난 거에요. 병원을 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신랑이 앞에 서있더라고요. 아린이가 아빠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세상으로 나온 것 같아요. 아린이 태몽에 황금 축구공이 나왔거든요. 정말 아린이가 태어난 후부터 신랑이 잘 됐어요. 저희는 아린이를 복덩이라고 불러요."
이 악문 최현연' 경남에서 기회를 잡다 세 식구의 가장이 된 최현연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기약 없는 복귀와 뼈를 깎는 재활의 고통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아냈다. 그러던 2011년 여름 경남 입단 테스트를 통과했고 가까스로 6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잘나가던 시절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조건에 최현연은 현실을 깨달았다. 그는 부단히 노력해 최진한 감독에게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올 초 경남과 정식 계약을 맺었다. 올 3월에는 창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세 식구가 한 집에서 살게 됐다. “저는 2011년 전체를 재활 기간으로 봤어요. 경남에 못 들어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라고 했죠. 얼마 후 계약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신랑이 ‘그런데 연봉이 적을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선 팀에서 운동하는 게 중요하니까 돈은 생각하지 말고 들어가라고 했죠. 재활에만 매달렸던 전반기를 생각하면 계약 자체가 너무 감사했어요. “이사를 하면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드디어 함께 사네’라고 감격했죠. 결혼하고 1년 같이 살고' 1년 따로 살았거든요. 이제 아기가 좀 커서 아빠를 봐야 할 시기에 같이 살게 되니까 너무 좋았어요. 같이 살고 나서 신랑이 힘들 때 다리도 주물러주고 아기와 함께 애교로 힘을 줘요. 밖에서는 차분한 말투지만 집에서는 콧소리도 내는 식이죠. 그냥 아기를 따라해요. (웃음)” ‘자상한 남편’ 최현연은 독종 광주전 골은 최현연의 부활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뼈를 깎는 남편의 재활을 지켜 본 단비 씨는 득점보다 더 가슴 뭉클했던 순간이 있다면서 남편 자랑에 나섰다. “예전에 허리 수술하고 허벅지 근육이 다 빠져서 물렁한 걸 보고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얼마 전 마사지를 해주다 보니 허벅지 근육이 돌아 온 거에요. 신랑이 노력한의 결과였죠. 광주전 골 보다 더 기뻤어요. 정말 성실한 신랑을 믿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최현연 독하구나’라고 생각했죠. 피눈물 흘린 걸 아는데 내색 한 번 없이 다시 일어난 신랑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신랑이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거든요. 어딜 가나 자상하다는 말을 들어요. 오히려 제가 강하고 신랑은 마음이 여려서 상처를 잘 받는 스타일에요. 제가 잡아주어야 해요. 또 서로 양보하면서 맞춰가는 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아직 10년' 20년 산 것 아니지만 앞으로도 한결 같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남자에요.
최현연은 평소에 아내가 칭찬보다는 조언을 하며 ‘집안의 감독님’ 역할로 자신을 다잡아 준다고 전했다. 경남은 오는 10월 20일 포항과의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역시나 단비 씨는 애정이 듬뿍 담긴 자극으로 남편에게 힘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FA컵 우승하면 칭찬해줘야죠. 프로에서 아직 우승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기대해봐야죠.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저희는 조급해하지 않아요. 나쁜 일 다 겪었으니 걱정 말고 은퇴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말하죠. 아직 확고한 주전도 아니고 한숨 돌렸다 하기엔 이르지만 이제 신랑이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운동하면 좋겠어요. 항상 차분하고 꾸준하게 가야죠. 성실한 신랑을 믿어요!” 인터풋볼 채태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