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이상홍에 묶인 루이지뉴' 슈팅 제로의 굴욕

서호정 | 2007-05-07VIEW 2036

출전 시간 74분' 슈팅 수 없음. 최전방 공격수로 이 정도면 '굴욕'이라 칭할 만하다. 요즘 K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대구의 '삼바 킬러' 루이지뉴(22)의 주말 경기 기록이다.

루이지뉴에게 굴욕을 안겨 준 주인공은 경남의 특급 자물쇠 이상홍(28). 경기 시작과 동시에 루이지뉴 옆에 찰싹 붙은 이상홍은 후반 29분 마크맨이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단 한순간도 공간으로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이근호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려도 마무리 지어 줄 사람이 없는 대구는 단 하나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던 변병주 감독은 결국 후반 중반 루이지뉴를 빼고 장남석을 투입했다. K리그 입성 후 루이지뉴가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16번의 출전 중 유일했다. 올 시즌 가장 부진한 플레이를 펼친 루이지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벤치에도 앉지 않은 채 그대로 선수대기실로 들어가버렸다.

루이지뉴로 종결되는 대구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경남은 전반 터진 뽀뽀의 중거리 슛 결승 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주말 서울 원정 3-0 승리에 이은 정규리그 2연승. 순위는 7위에서 3위로 급격하게 올라갔다. 경남 입장에서는 이상홍의 수비가 뽀뽀의 결승골 이상으로 귀중한 승리의 요인이었다.

루이지뉴 마크와 대구의 막판 공세를 막느라 기진맥진한 이상홍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정강이 보호대를 했음에도 상처투성이인 그의 양 발은 상대 주 공격수와 일대 혈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줬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상홍에게 대단한 수비였다고 말하자 “요즘 제일 잘하는 선순데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았나 보죠”라며 애써 겸손을 표시한다. 승리의 도취를 나눌 새도 없이 상처를 만지는 그에게 루이지뉴 봉쇄의 요령을 물었다.

“경기를 앞두고 비디오로 분석을 했어요. 루이지뉴 선수 같은 경우에는 일대일 상황에서 한번에 제치고 돌파하기보다는 수비 배후 공간으로 돌아서는 걸 즐깁니다. 그 뒤에 무서운 스피드로 수비를 따돌린 뒤 정확한 슈팅으로 골을 넣는 집중력이 있어요. 일단 1차 임무는 배후 침투 봉쇄였죠. 우리 팀은 산토스라는 커버 플레이에 능한 수비수가 있기 때문에 제가 루이지뉴에게 붙어도 다른 선수의 침투를 막을 여지가 충분해요.”

정석적인 대답이었지만 실제 경기 중에서 나온 이상홍의 수비는 견고하고 영리했다. 맨 마크라고 해서 단순히 거친 파울로 저지한 것만은 아니었다. 예측 능력과 한발 앞서는 움직임' 활동량에서 루이지뉴를 압도했다. 순간적으로 마크를 놓칠 경우에는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오프사이드를 유도했다. 루이지뉴는 이날 오프사이드 2개를 범하며 자멸했다.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이상홍은 K리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는 수비수다. 올 시즌 경남으로 오기 전까지는 제주에서 뛰며 짠물 수비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경남 이적 후에는 그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

윤덕여 경남 수석 코치는 “트레이드로 데려올 당시만 해도 이렇게 좋은 선수인지 몰랐다. 지도자로 생활하다 보면 자신이 직접 훈련을 시키며 그 가치를 알아보는 선수가 있는데 이상홍이 그런 경우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을 발하는 이상홍의 묵묵한 수비. 박주영' 데닐손' 안정환에 이어 루이지뉴까지' 상대 에이스를 잡아버리는 특유의 자물쇠 수비의 다음 제물은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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