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K리그의 주도면밀한 승부사' 박항서 감독

한상현 | 2006-08-10VIEW 2027

창단 이후 2개월도 채 안돼 시작한 K리그 전기리그에서 최종 13위' 곧바로 이어진 컵 대회에서는 초반 3연패. 올시즌 신생팀으로 K리그에 참가한 경남의 돌풍을 기대했던 축구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그러나 컵 대회 4차전부터 불붙은 경남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눈부셨다.

 지난 5월 24일 이후 치른 11경기에서 8승1무2패로 승률이 80%나 된다. 이 기간 동안의 기록만 놓고 따져본다면 올 시즌을 통틀어 전기리그 우승팀인 성남(91%)에 이어 컵 대회 우승팀인 서울(80%)과 동률인 2위이다.

 선수 구성이나 전력에서 큰 변동이 없었던 경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힘은 박항서 감독의 선수 장악력과 지도력에서 찾을 수 있다. 박 감독은 다소 왜소한 체구지만 훈련이나 경기장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하며 폭발적인 지휘력을 보인다.

 경기장에서뿐만 아니다. 자칫 어수선할 수 있는 신생팀의 분위기를 바로 잡기 위해 직접 군기반장이 되기도 한다. 선수단이 원정지에서 움직일 때는 숙소에 나오는 텔레비전 채널 선택에서부터 경기를 치르고 다음 경기 준비를 위해 일정을 짜는 일까지 모든 일들을 도맡아 계획하고 실행하며 분위기를 다스린다.

주도면밀한 모습으로 후기리그를 준비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과 함께 경남FC와 한국 프로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경남' 상승세가 무섭다

컵대회 중반 이후 경남 FC가 승승장구하며 3위의 성적을 거둔 비결이 뭘까. 올 1월 17일 창단한 신생팀 경남이 전반기에 보여준 경기력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신이다. 박항서 감독은 이렇게 답한다. 

“컵대회에서 3위라는 성적을 냈다고 해서 우리 팀의 전력이 급상승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주로 한 골이나 두 골을 넣어서 이겼는데요' 그만큼 공격 루트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남 FC는 짧은 시간에 선수들이 구성됐습니다. 제대로 손발을 맞춰볼 새도 없이 빡빡한 전기리그를 치르며 선수들이 경험은 많이 쌓았지만 단결력은 부족했습니다. 공격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었고요.

 전기리그를 마치고 여러 측면에서 우리 팀을 분석한 결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 선수 간의 응집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명 선수가 적은 대신 결속력을 강조해서 조직력을 극대화시킨 것이죠.

 매 훈련 때마다 선수들에게 결속력을 강조하면서 노력을 하니까 짧은 시간 동안 결속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러면서 조금씩 경기력도 안정돼 (우리가 가진 능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경남은 경기를 더할수록 끈끈한 조직력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컵 대회에서도 3연패로 시작했지만 리그 종반에는 4연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눈에 띄는 점은 막판 4연승을 하는 동안 무실점으로 끈끈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4연승 직전에 열린 수원전(7월 15일)에서도 경남은 끈끈한 거미줄 수비를 펼쳤다. 수원이 12경기 연속 무승의 기록을 끊기 위해 국가대표까지 모두 투입하며 승리의 의지를 보였지만 경남의 조직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김대의에게 동점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수원전은 박항서의 조직력 축구가 잘 반영된 경기였다.

◆ 수비적인 경기 운영?

 경남이 최근 7경기 무패(6승 1무' FA컵 16강전 포함)를 달리는 동안 실점은 4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득점 역시 11점에 그치고 있다. 적게 넣고 적게 허용해 이긴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경남이 수비축구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항서 감독은 "무엇이 공격축구이고 무엇이 공격축구가 아닌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에요. 단순히 공격수의 숫자가 많다고 공격축구는 아니죠"라고 말하며 경남이 수비수의 숫자는 많지만 수비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전술을 바꿉니다. 강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요. 물론 전기리그를 분석한 결과 미드필더 보강이 필요해서 수비라인을 뒤로 내린 것은 사실입니다. 미드필더를 더욱 강화해야 된다고 생각했었죠.

 이렇게 함으로써 공격으로의 전환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수비축구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공격시에는 많은 선수가 공격에 가담합니다. 공격 횟수가 적은 것도 아닙니다."

 현대 축구에 있어서 공격수의 수비가담 능력은 필수적이다. 잉글랜드나 스페인 등 축구 선진리그에서도 공격수 한두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가 수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남의 플레이도 이와 같다는 것.

 물론 무게의 중심이 수비 쪽으로 쏠린 것은 사실이지만 공격을 해야 될 때에는 주저 없이 공격한다. 전방의 김진용과 루시아노는 강력한 몸싸움 능력으로 쉽게 공을 뺏기지 않으며 송곳같이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한다. 게다가 공격진에서 패스가 두세 번 연결되면 여지없이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가담해 공격 숫자가 금방 늘어난다. 수비축구라는 지적이 억울할 만하다.

◆ 박항서식 축구'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목표

 그렇다면 박항서식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현실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모두 데리고 축구를 할 수는 없다는 전제 아래 박항서 감독은 자신의 축구관을 밝혔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는 긴 패스보다는 짧고 빠른 패스를 통해 상대를 압도하는 축구에요. 그러나 선수마다 활용가치가 다릅니다. 내가 기동력 있는 압박축구를 원하지만 어떤 선수는 이런 축구를 잘 못합니다. 감독이라면 이런 모든 상황을 잘 통제해 나가야합니다."

 자신의 축구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경기를 뛰는 선수의 성향을 잘 활용하는 것이 박항서식 축구라는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대입했던 압박축구가 기본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미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코치로서 한국 대표팀을 4강까지 이끌었지만 감독으로 나선 당해 아시안 게임에서는 이란에 승부차기로 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다시 대표팀 감독에 대한 욕심이 있을까.

"국가대표 감독에 욕심이 없는 감독이 어딨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안 게임에서 실패도 했었고요. 일단 경남을 이끌고 있는 동안은 경남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더 배울 생각입니다"

 경남 감독으로서의 목표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에서는 내가 우승하겠다라고 말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는데' 그렇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보도해주세요. 내 목표는 내 계약기간인 3년 안에 우리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것입니다. 만약 그때까지 플레이오프제도가 남아있어야 하지만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은 경남의 가시적인 성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경남 FC가 경남도민들의 사랑을 받도록 만드는 것입니다"라며 K리그와 한국 축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 도민구단이 나가야 할 방향

 자신의 목표에 한국 축구의 발전이 바탕으로 깔려있는 박항서 감독은 도민구단 및 시민구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박항서 감독이 제시한 도민구단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프랜차이즈 선수와 지역 연고가 빠지지 않았다.

"도민구단이 성공하려면 일단 프로구단으로서 도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됩니다. 여기에는 프랜차이즈 선수라든지 지역 연고라는 것이 필수적이지요. 이것은 도민구단이나 시민구단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K리그 모든 팀이 전체적으로 지역 연고가 자리 잡아서 각 프로팀들이 라이벌 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지역 연고로 인해 지역간의 경쟁의식이 지역 축구팀의 부흥에 큰 역할을 하고 저절로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현재 도민구단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으로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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