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김근철' 천재의 부활을 알리다

관리자 | 2006-08-08VIEW 2961

김근철(23세' 경남)을 기억하는가. 2001년 풍생고 3학년이었던 김근철은 당시 권집(현 전북)과 함께 초고교급 미드필더로 각광 받으며 한국축구계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별로 기대를 모았었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한동안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야 했던 김근철이 올 시즌 다시 부활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갔던 김근철은 지난 시즌 대구로 복귀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신생팀 경남 FC로 이적한 이후 서서히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박항서 감독의 신임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잡은 김근철은 올 시즌 14경기에 출장해 3골-3도움을 터트리며 경남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유의 예리한 오른발 킥을 바탕으로 팀의 프리킥과 코너킥도 도맡아 차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2000년대 초반 ‘천재 미드필더’로 불리우던 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김근철의 부활은 그를 오랜 기간 지켜봤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2년' 고교 졸업과 함께 일본행을 결정하다. 김근철은 풍생고 1학년 시절부터 팀의 주축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전국대회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발군의 활약을 펼쳤고' 각급 대표팀과 함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림픽대표상비군에도 선발되는 등 단연 돋보였었다. 졸업을 앞둔 김근철은 여러 프로팀과 대학팀들의 구애를 받았고' 고심 끝에 선택한 곳은 일본 J리그의 명문 주빌로 이와타였다. 그러나 19세의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김근철은 외국인이라는 한계와 경험의 부족 등이 겹치며'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다. 당시 이와타에는 ‘일본의 미래’라고 불리우며 주목을 받고 있던 마에다 료이치가 있었고' 정책적으로 마에다를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 마에다 역시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었던 만큼 김근철로서는 더욱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한국 프로팀에서도 제의가 있었지만 주빌로 이와타가 워낙 많은 관심을 보였었고' 저 역시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일본행을 선택했어요. 처음부터 이와타에서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인 만큼 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배우겠다는 생각이었죠.”
경남에서 부활한 김근철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이와타에서 1년을 보낸 김근철은 2003년 J2리그의 쇼난 벨마레로 임대생활을 떠나게 됐다. 김근철의 재능을 눈여겨본 벨마레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고' 이와타로서도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김근철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벨마레가 2부리그 팀이긴 했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요.” 쇼난 벨마레로 옮긴 김근철은 팀의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확실히 자리잡으며' 주축 선수로서 활약했다. 당시 벨마레의 사령탑이었던 야마다 감독이 “나카타를 능가할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팀에 그를 뒷받침해줄 공격수가 없는 것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극찬했을 정도. 김근철은 J2리그 주간 베스트11에도 여러 번 선발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벨마레에서의 2년은 김근철에게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즐거웠던 생활이었다. “아무래도 저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해주니까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었어요. 볼도 많이 터치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죠. 일본에서 3년간 있는 동안 고통스러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가서 많은 것을 배웠고' 경험도 쌓은 것 같아요.” 지코 감독의 극찬 한 때 인터넷 상으로 이런 이야기가 떠돈 바 있다. 주빌로 이와타와 일본 올림픽대표팀의 연습경기를 참관하던 지코 당시 일본 대표팀 감독이 김근철의 플레이를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이야기를 김근철에게 직접 물어봤다. “이와타 시절에 일본 올림픽대표팀과 연습게임을 치른 적이 있었어요. 거기에서 나름대로 좋은 플레이를 했던 것 같아요.” “경기 끝나고 이와타 관계자가 저에게 와서 그러더라구요. 지코 감독이 저를 지목하면서 누구냐고 했다고 말이죠. 그 관계자가 한국에서 온 선수라고 하자 지코 감독이 일본 선수가 아니었냐며 실망했다고 그러더군요. 기분 좋았죠. 세계적인 선수였고 일본 대표팀 감독이었던 지코에게 그런 관심을 받았으니까요.”
김근철의 플레이 모습 ⓒ경남FC
일본에서의 3년을 뒤로 하고 한국행을 결심하다. 2002년 주빌로 이와타에 입단해 2003년과 2004년 쇼난 벨마레에서의 임대 생활을 거친 김근철은 한국행을 결심했다. 쇼난 벨마레에서는 그가 더 남아주기를 희망했으나 김근철의 한국행에 대한 의지는 굳건했다. 더 이상 외지에서 생활하는 것도 힘들었고' ‘김근철’이라는 이름을 한국팬들에게 다시 알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일본에서 여러 해 동안 뛰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이제 K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생겼고' 한국에서 내 플레이를 알려서 대표에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죠.” “사실 많은 분들이 제 플레이 스타일에는 일본이 더 맞다고 말씀하세요. 저 역시 동감은 해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뿌리를 내려야 하는 만큼 여기 스타일에 맞추도록 해야죠. 한국에서는 많이 뛰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그런 움직임을 미드필더에게 바라는데 제가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있어요. 지금 박항서 감독님도 그 부분을 지적해주셨고' 저 역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죠.”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 김근철에게 대구 FC에서 러브콜이 왔다. 박종환 감독의 제의를 받은 김근철은 대구행을 결심했다. 김근철의 플레이 스타일을 잘 아는 사람들은 과연 박종환 감독의 축구에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김근철은 자신있게 대구행을 결정했다. “대구에서 연습게임을 하면서 박종환 감독님이 제 플레이를 인상적으로 보셨던 것 같아요. 직접 연락하시면서 대구로 오라고 제의를 하셨죠. 제 입장에서도 대구가 약체이고 하니까 출전기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았죠.”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김근철은 박종환 감독의 축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팀 전체가 잘 짜여진 틀에 따라 조직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축구를 원하는 박종환 감독과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길 원하는' 그리고 수비적인 부분에서 약점이 있는 김근철과는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김근철은 7경기 출장에 도움 1개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경남에서 여유를 찾은 김근철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경남으로의 이적' 새로운 기회의 땅 사실 김근철의 스타일은 현대축구의 흐름과는 대치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고' 그런 부분이 결국 ‘천재 미드필더’라고 불리우던 그가 U-20 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낙마하면서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만들었던 주요인이었다. 현대축구에서의 미드필더는 활발한 움직임과 수비 가담력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고' 그런 면에서 약점이 있었던 김근철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아르헨티나의 플레이메이커 후안 로만 리켈메(비야레알)가 유럽에 처음 진출해 바르셀로나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리켈메가 그런 약점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공격적 재능으로 인해 비야레알과 아르헨티나에서 팀의 중심으로 거듭난 것은 김근철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에서 김근철이 가장 인상깊게 지켜본 선수가 바로 리켈메였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리켈메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와 비슷한 스타일인데' 그 선수를 보면서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과 함께 저런 스타일로도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반면 이런 생각도 들긴 했어요. 만약 리켈메가 한국에서 뛰었다면 저렇게까지 성장하지는 못했을 거란 생각 말이에요.” 분명 지금의 리켈메와 김근철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리켈메의 경기조율과 팀을 장악하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능력은 팀 시스템 자체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던 반면(심지어 아르헨티나 대표팀조차도) 김근철은 아직까지 그런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여러모로 미약하다. 김근철의 약점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팀의 중심으로 삼기에는 아직까지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올 시즌 김근철의 활약을 지켜보자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그런 점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경남으로의 이적이 결정된 것은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김근철을 눈여겨본 박항서 감독은 그를 영입하기를 희망했고' 동계훈련 기간 동안 김근철은 기대에 부응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구와는 1년 계약만을 했고' 그 기간이 끝난 후에 계속 뛰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마침 경남과 박항서 감독님이 저를 원하셔서 옮기게 됐죠. 신생팀인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제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었고' 감독님도 기술축구를 중시하시는 편이기 때문에 편한 부분이 있어요.” 동계훈련과 터키 전지훈련을 통해 두각을 나타낸 김근철을 향한 박항서 감독의 기대는 컸다. 실제로 시즌 개막을 앞둔 인터뷰에서도 김근철을 주목하라고 밝히는 등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막상 K리그가 시작된 이후 주춤거리는 시간도 있었다. 훈련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감각이 실전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다. “터키 전지훈련이나 시즌 초반에는 좋았는데' 점차 K리그의 특성에 밀리면서 조금 힘든 시기도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미에는 다시 어느 정도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제 스타일대로 해보고 싶긴 하지만' 한국에서 뛰려면 여기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단 한국 스타일에 적응하면서 조금씩 제 스타일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박항서 감독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박 감독은 “근철이의 경우 패스 감각이나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스피드를 갑자기 좋아지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숙제를 준다. 스피드로 1:1 돌파가 안 되면 수비수를 제칠 수 있는 기술을 강화하는 식이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숙제를 주고 반복된 훈련을 통해 스스로의 단점을 해결해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근철의 단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이야기다. 아직까지도 김근철이 경남 미드필드의 중심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약한 면이 있다. 그러나 분명 김근철의 스타일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경남의 경기를 살펴보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공수를 오가며 많이 뛰어다니는 김근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특유의 날카로운 킥과 시야는 여전하다. 점차 K리그 스타일에도 적응하며' 자신이 나아가야할 길을 찾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팀원들의 신뢰도 점차 쌓이고 있다. 경남의 베테랑 미드필더인 김성재는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선수가 근철이다. 함께 뛴 적이 없었음에도 경기장에서 가장 편하다”라고 밝히는 등 이제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 경남에서의 전반기가 김근철로서는 부활의 전조였다면 이제 후반기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한 때 천재 미드필더라 불리우던 김근철이라는 선수가 있었지’라는 축구팬들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만들겠다는 것이 김근철의 각오이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됐어요. 후반기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김근철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팬들에게 보여줄 겁니다.”

인터뷰=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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