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경남FC를 그룹A(1~8위 상위리그)로 올려놓은 최진한 감독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전한 소감이었다.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이 이 한 마디에는 함축되어 있었다. 경남은 2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광주와의 K리그 30라운드를 2-1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10위였던 경남은 광주에 무조건 승리하고 인천' 대구가 무승부 이하의 결과를 내야 8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스플릿의 여신은 경남에 미소를 보냈다. 인천이 제주와 비기고 대구는 서울에 패하면서 경남(8위)' 인천(9위)' 대구(10위)의 순위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8위가 확정되자 창원축구센터는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우승을 한 것처럼 경남 선수단은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누렸다.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그룹A에 올랐고' 3년 연속 시도민구단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해 기쁨은 더욱 컸다. 팬들도 그라운드로 내려와 선수들과 기쁨을 함께 했다. 경남의 지휘관 최진한 감독은 헹가래도 받았다. 최진한 감독은 “여태껏 3번 헹가래 받았다. 동북고' 관동대 감독 때 1번씩 받았다. 그리고 오늘이 3번째다. 오늘 헹가래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룹A 진출의 감격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올 시즌 경남의 그룹A 진출 가능성은 낮았다. 윤빛가람' 김주영' 서상민 등 주전 선수들의 이적과 남은 주축 선수들은 줄부상으로 꾸준한 기용이 어려웠다. 개막전 승리 후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를 하는 등 초반 12경기 동안 단 2승(2무 8패)에 그쳤다. 순위도 강등권인 14위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구단의 재정 악화와 ‘2군을 해체할 수도 있다’는 등 구단을 둘러 여러 안 좋은 소문도 나오며 선수들의 사기를 꺾었다.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좋은 결과가 나올리 만무했다. 최진한 감독은 머리카락이 빠질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부진이 계속되자 사임까지 고민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최진한 감독은 필사즉생(必死則生' 죽기로 싸우면 살고' 살려고 비겁하면 죽는다)을 선수들에게 심어주며 반전을 꿈꿨다. 선수들도 감독의 마음을 알고 독기를 품었다. 가족의 힘도 컸다. 아내는 뒤에서 조용히 내조하며 최진한 감독이 승부에 집중하도록 도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두 딸은 항상 경기장을 찾아 최진한 감독을 응원했다. 차녀 새롬 씨는 광주전을 앞두고 유럽에서 광주에 승리해 8위를 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도 보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경남은 기적을 준비했다. 성남(5월 20일)' 포항(5월 26일)전 승리로 시즌 첫 2연승을 달리더니 패배보다 승리 숫자가 더 많아졌다. 순위도 순식간에 8위 언저리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30라운드에서 불가능해보였던 기적을 이루며 스플릿 시스템의 주연이 됐다. 10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트레이너로 대표팀의 4강 신화 기적을 이뤘던 그가 10년 뒤에는 모든 것이 열악한 도민구단의 꿈을 이루는데 앞장선 것이다. 만년 조연에서 주연이 된 최진한 감독은 이제 더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그룹A에서 우승 후보들을 상대로 경남의 경쟁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4강에 오른 FA컵도 정상까지 올라선다는 각오다. 최진한 감독과 경남의 기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터풋볼 김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