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집어 삼키겠다던 경남의 무한도전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멈췄다. 감독 중도 하차와 주력들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공백을 끝내 감당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민구단 경남의 돌풍이 2010 K리그 최고의 화두 중 하나였다는 데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돌풍이었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꿈에 다가서다 돌풍의 지휘자는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었다. 시즌 개막 전 조광래 감독은 비웃음 속에서도 “K리그 우승? 실현 가능한 목표다. 한번 지켜봐라”라며 출사표를 던졌고' 거짓말 같은 연승행진을 이끌었다. 수원(1-2 패)' 포항(1-3 패)' 성남(1-2 패)' 서울(0-1 패) 등이 경남의 태풍에 휩쓸렸던 피해자들이다. 그리고 경남은 지난 4월말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조광래 감독은 경남 선수단의 헹가래에 몸을 맡겼다. K리그 우승 확정이후에나 나올만한 헹가래였지만' 경남의 사정은 달랐다. 2006년 창단 후 처음으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순위였기에 그 사실만으로 벅찬 경남이었다. 경남은 꿈을 꿨고' 꿈에 다가서는 듯 했다.
먹구름이 드리우다 하지만 경남은 위기에 직면했다. 7월 중순 이후 조광래의 대표팀 사령탑 부임으로 팀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순위도 하락세를 보였다. 1위 질주는 단 일주일 만에 끝이 났으며 조광래 감독의 대표팀 감독 부임 시기쯤에는 5위까지 떨어졌다. FA컵 16강전에서 전남에 4-7 패배를 당한 것도 그 무렵이다. 리그 종반에는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간판을 하나씩 때고 경기에 임해야했다. A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윤빛가람과 김주영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것이다.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야 잇몸으로 어떻게든 때우면 됐겠으나 경남에게 두 선수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9골 7도움을 올린 윤빛가람은 단순 포인트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었다. 경남 공격의 시발점을 비롯해 전체적인 경기 리딩을 담당했다. 김주영은 경남 수비진의 부족한 경험을 리더십과 비교우위의 운동능력으로 보완했던 수비수였다.
내일의 꿈을 꾸다 그럼에도 경남의 꿈은 유효했다. 감독의 빈자리는 ‘조광래 축구의 적자’ 김귀화 감독대행이 무리없이 메웠다. 김귀화 감독대행은 김병지를 제외하면 베테랑이 전무한 경남의 선수단을 비교적 훌륭히 이끌었던 평가를 받고 있다. 김귀화 감독대행은 흔들리던 경남의 전력을 수습' 8월 중순 재차 K리그 선두로 올려놨다. 윤빛가람' 김주영이 떠난 후에도 승점 관리에 성공해 경남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 시켰다. 혹자는 조광래 감독 시절에 보였던 저력이 나오지 않았다며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 사령탑이 부임해 새로운 색깔의 축구가 접목됐다면 경험치가 부족한 경남 선수들은 크게 휘청했을 수도 있다. 반면 경남의 2군들까지 꿰고 있던 김귀화 감독대행은 주전들의 부상이나 대표팀 차출을 적절히 대처했다. 이번 시즌 시도민구단 중 경남을 제외하면 4개 구단 모두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인천 11위' 강원 12위' 대전 13위' 대구 15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성취였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전북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경남은 저력을 보여줬다. 0-2로 패해 전주성 징크스 탈출에는 실패했으나 경기 후 전북 최강희 감독이 경기력 부족에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을 만큼 경남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 전 김귀화 감독대행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언을 건넸을 만큼 끈끈한 유대를 보였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에도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김귀화 감독대행과 경남의 방향성을 논하곤 했다. 경남이 꿈을 꿀 수 있게 했던 인물이기에 ‘나몰라라’식 행동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귀화 감독대행은 전북전 이후 인터부에서 패배에 아쉬워하기보다 경남의 밝은 미래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23~24세가 대부분인 선수들의 경험이 조금만 더 쌓인다면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동시에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경남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기대에 보답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경남은 홈 평균관중에서 15개 구단 중 4위를 자랑했다. 어쩌면 올 시즌 K리그를 달구면서 든든한 팬심(心) 잡아낸 것이 경남의 가장 큰 수확일 수도 있다. 2010 시즌을 앞둔 경남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다면' 2011 시즌의 경남에겐 기대가 쏟아지는 이유다.
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