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관중석의 조광래' 벤치의 빙가다 잡다

관리자 | 2010-04-26VIEW 1862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낸다’고 했다. 삼국지의 유명한 대목은 벤치에 앉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창단 후 첫 1위 등극을 일궈낸 경남FC 조광래 감독의 지략을 비유하기에 적합했다. 경남은 2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쏘나타 K-리그 2010’ 9라운드에서 후반 45분 터진 주장 김영우의 결승골로 FC서울을 1-0으로 꺾고 리그 1위로 올라섰다. 2006년 K-리그에 입성한 뒤 자력으로 리그 선두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 2위 간의 승부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구단주인 김태호 도지사와 스폰서인 STX 관계자들이 대거 경기장에 등장했고 1만 5천여 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꽉 채웠다. 도민구단이 K-리그의 대표적인 기업구단을 누르며 1위로 올라선 그 순간은 경남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남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경남의 전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광래 감독이 벤치에 앉지 못하며 사실상 팔과 발이 묶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8라운드 성남전에서 2-1로 앞선 후반 종료 직전 주심이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거세게 항의했던 조광래 감독은 서울전을 포함해 총 4경기에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팀의 제갈공명인 조광래 감독 없이 서울을 상대해야 했던 경남은 여러 방안을 준비했다. 조광래 감독은 관중석에서 경기 흐름을 살피며 벤치로 연락하기 위해 무전기와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홈팬들의 응원과 함성에 무전기와 핸드폰의 사용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무전기는 이미 전반에 먹통이 됐고 급한 마음에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수신' 발신에 시간이 걸렸다. 결국 후반 들어서는 벤치에 가까운 관중석으로 이동해 벤치를 향해 그대로 고함을 지르며 작전을 지시했다. 벤치의 김귀화 코치는 이날 서울을 잡기 위한 조광래 감독의 비책이 담긴 메모지를 수시로 확인하며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해야 했다. 마치 강유가 공명의 지략이 담긴 주머니를 열어보는 듯 했다. 이날 조광래 감독은 서울의 수비라인을 앞으로 유도해 중앙의 뒷 공간과 양 측면을 공략하는 전술을 강조했다. 전반 중반까지 그런 전략이 먹히며 경남의 공세가 계속됐다. 그러나 전반 39분에 미드필더 하대성이 퇴장을 당하자 서울은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렸고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최소한 무승부를 거두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 후반 들어 서울의 빙가다 감독은 투톱이었던 이승렬과 정조국을 모두 빼고 전문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는 4-5-0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날 비기기만 해도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서울은 선수비 후역습을 통해 최소한 무승부를 거두려고 버티기에 나섰다. 오히려 교체 투입된 신인 김태환과 강정훈이 빠른 역습으로 득점 찬스를 만들기도 했지만 경남의 노련한 골키퍼 김병지를 뚫지 못했다. 서울은 하대성의 퇴장 후 약 50분을 버텨내며 승부를 0-0으로 끝내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조광래 감독이 김영우의 전진 배치라는 묘수를 던졌다. 교체 투입된 가나 출신의 외국인 공격수 알렉스가 부진하자 조광래 감독은 과감하게 그를 다시 빼고 미드필더 안상현을 투입했다. 윙백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측면 공격수이자 믿음직한 조커로 활약했던 김영우는 결국 후반 45분 과감한 측면 침투로 김용대가 지키던 서울 골문을 열어젖혔다. 경기 전 조광래 감독으로부터 ‘그라운드의 감독’으로 지명된 김영우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골로 연결시키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조광래 감독은 “오늘의 감독이었던 김영우가 마지막에 한 건 해줬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선수들이 어리다 보니 내가 벤치에 없는 게 차이가 크다.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가져갔다”라며 관중석에서의 작전 지시에 대한 애로를 표시하기도 했다. 창단 후 첫 1위로 등극한 경남은 당장 오는 2일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도전을 받게 된다. 원정 경기인 만큼 벤치를 향한 조광래 감독의 ‘샤우팅 매직’도 쉽게 구현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조광래 감독은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야지 않겠나. 이길 수 있다면 구단에서 최신식 무전기라도 마련해줄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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