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윤빛가람' "경남 프리미엄 무색하지 않도록"

관리자 | 2009-12-02VIEW 2606

2007년 만 17세의 한 어린 축구 선수의 당돌한 발언에 인터넷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박경훈 감독(현 제주 감독)이 이끌던 U-17 대표팀의 에이스로 관심을 모았던 윤빛가람이 한국에서 열리는 U-17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포토 데이 행사 중 “K-리그를 챙겨보느냐”라는 질문에 "K-리그는 경기 속도가 느려서 서울-수원 같은 라이벌 전이 아니면 잘 안보게 된다"라고 답한 것. 그로 인해 윤빛가람은 ‘K-리그를 무시하는 건방진 선수’로 팬들에게 낙인이 찍혔고 일부 과격한 이들로부터 미니홈피가 욕설로 도배되는 수난을 당했다. 대회 직전 그에 대한 해명 인터뷰도 했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90년생의 어린 선수는 마음에 입은 상처로 흔들거리며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고 본선 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팀도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윤빛가람은 입으로 공을 찬다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U-17 월드컵 이후 도전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입단 테스트 탈락은 그런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그로부터 2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좋든 나빴든 그에게 쏟아졌던 세상의 관심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다. 비록 U-17 월드컵에선 실패했지만 윤빛가람은 고교 무대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차근차근 성장해나갔다. 하지만 2008년 중앙대로 진학하자마자 입은 부상으로 축구 인생이 꼬였다. 동계훈련 도중 치른 연습 경기에서 발목을 심하게 다쳤고 4개월 가까이 쉬어야 했다. 축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 겪는 큰 부상에 완전히 가라앉은 윤빛가람은 2년 간 대학 무대에선 이렇다 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잊혀졌던 윤빛가람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본 것은 지난달 있었던 K-리그 드래프트에서였다. 중앙대 2학년을 마친 그가 드래프트에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마침 U-17 대표팀에서 그를 중용했던 박경훈 감독이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부임한 터라 제주행이 암시되기도 했다. 몇몇 구단들도 윤빛가람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노리고 있다는 얘기들을 흘러나왔다. 윤빛가람의 이름이 호명된 것은 2순위에서였고 그를 선택한 팀은 조광래 감독의 경남FC였다. 2009년에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빠르고 기술적인 축구를 펼치며 K-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조광래 감독이 중앙 미드필더로서 윤빛가람이 지닌 기술과 감각을 높이 평가하며 선발한 것이다. 게다가 윤빛가람이 경남이 주 연고지로 삼고 있는 창원 출신이라 한층 관심을 끌었다.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듯 창원초등학교 졸업 후 8년 간 떠나 있었던 고향으로 돌아와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윤빛가람은 경남FC의 일원으로 뛰게 된 데 대한 소감을 “색 다른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팀에 합류한 지 1주일이 지나며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낯선 그는 “앞으로 제게 일어날 일들에 대한 기대가 저 역시 커요. 지금은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고요”라며 프로에서 겪게 될 경쟁과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털어놨다. 창원의 대기업체에서 근무하시는 아버지를 비롯해 어머니' 두 명의 누나가 모두 창원에서 사는 탓에 경남FC 행을 가장 기뻐했던 이는 바로 그의 가족들이었다. 윤빛가람 역시 “창원종합운동장이랑 저희 집이 정말 가깝거든요. 내년부터 홈 구장을 옮긴다고는 하지만 경남FC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확인하고는 뭔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어요”라며 고향 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된 데 대한 기쁨을 표시했다. 그의 프로행 소식이 알려진 뒤 기뻐하고 축하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2년 전의 사건 때문에 비아냥거리는 얘기들도 많았다. ‘K-리그를 무시하더니 결국 K-리그 선수가 됐느냐’라는 얘기들이 주였다. 윤빛가람은 그에 대해 “2년 전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어리다 보니까 제 속마음이나 뉘앙스를 제대로 표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인간으로서' 선수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당시의 질타들이 더 잘하라는 메시지였다고 받아들이고 있어요”라며 부쩍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FC서울 감독 시절 중학생이던 이청용을 프로로 데려온 것을 비롯' 경남 감독 부임 후에는 김동찬' 이용래' 이훈' 김주영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육성한 조광래 감독은 윤빛가람에게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드래프트에서 윤빛가람을 선택한 뒤 “제2의 이청용으로 한번 키워보겠다”라는 의지를 보였다. 패스와 완급 조절' 기술을 갖춘 윤빛가람도 조광래 유치원의 일원이 됐다는 데 거는 특별한 기대가 있다. “경남의 플레이 스타일이 빠른 패스 위주라서 제가 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팀 플레이에 맞춰서 잘 따라가는 게 중요하죠. 내 개인이 아닌 팀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하는 스타일이 된다면 감독님께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지난 2년 간 정체된 시간 동안 윤빛가람은 잃은 것도 크다. 김민우' 오재석' 김승규 등 U-17 대표팀의 동료들이 올해 이집트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8강까지 가는 모습을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 그가 프로행을 서두른 이유기도 하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니까 처음엔 열심히 응원을 했었죠. 그런데 잘 하는 걸 보니까 내심 부럽기도 하고 자극도 되더라고요.” U-17 대표팀의 에이스라는 딱지를 떼고 경남FC의 신인 선수 윤빛가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그는 고향의 팬들이 거는 기대감을 알고 있다. 벌써부터 싸이월드 등을 통해 쪽지로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다. 그런 응원을 확인할 때마다 그는 ‘어서 팀에 적응해서 관심에 부응해야겠다’라고 다짐하곤 한다. “경남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무색하지 않도록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으로 2010년을 준비하는 각오를 밝힌 윤빛가람은 2년 전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진가를 K-리그에서 다 발휘할 날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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