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는 결코 무시하지 못 할 하나의 저주가 흐르고 있다. 이른바 전 소속팀만 만나면 극강의 면모를 과시한다는 ‘김병지(39' 경남 FC)의 저주’다. 지난 199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병지는 2001년 포항 스틸러스로 적을 옮겼다. 그때부터 김병지의 저주는 시작됐다. 포항의 뒷문을 걸어 잠근 김병지는 대 울산전 10승2무5패의 호성적을 이끌어냈다. 2006년 서울로 이적했을 때도 저주는 이어졌다. 서울은 3년간 포항에게 5승1무1패라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서울은 포항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서울을 떠나 2009년 경남에 입단했을 때는 자신의 입으로 저주를 선포하기도 했다. 김병지는 “이전 팀에 특별한 악감정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을 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이기는 것은 좋은 것이다. 서울을 상대로도 김병지의 저주가 계속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4월 12일은 '서울을 향한 김병지의 저주 시즌 1'이 개봉됐던 날이다. 경기전 많은 전문가들이 서울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김병지는 서울의 쏟아지는 슈팅들을 선방해내며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시즌 2는 오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봉된다. 경남은 서울과 K-리그 19라운드 원정에 나서고 김병지는 선발출장이 예상된다. 경남은 현재 리그 14위(2승10무5패)로 처져있다. 그 어느 때보다 김병지의 저주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주는 상대가 서울이기에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과 김병지의 악연의 고리 때문이다. 김병지는 2008년 1월 대표팀 소속으로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부상을 입은 후 그해 4월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후 코치진과 거듭된 불화를 겪으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병지는 “무엇이 문제인지는 서로가 생각이 있어 다를 수도 있지만 코칭스태프와는 신뢰할 수 없는 사이가 됐다”며 그때의 상황을 했었다. 첫 서울 원정에 나서는 김병지의 각오의 또 다른 이름은 '와신상담'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저주의 힘이 발현됐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은 전력의 핵심인 이청용이 볼턴 원더러스로 떠났고 기성용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더불어 김한윤 역시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 물론 저주란 단어는 호사가들의 입에서 나온 극단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저주는 17년간 멈추지 않고 K-리그 최고의 수문장으로 우뚝서온 김병지의 실력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일 수도 있겠다. 김병지의 저주가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마저 삼킬 수 있을지에 다한 여부는 19라운드 최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스포탈코리아 정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