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2008-08-25VIEW 2282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kfa.or.kr) <한국축구유망주>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프로축구에서 매년 반복되는 화제 중 하나는 ‘신인돌풍’이다. 새로운 얼굴들이 벌이는 예상치 못한 활약에 관중들이 환호하고 매스컴의 관심 또한 집중되기 마련이다. 올 시즌에도 이 같은 현상은 변함없었다. 오히려 예년보다 샛별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더 뜨겁다. 개막전에서부터 화끈한 골몰이로 데뷔전을 치른 서상민(경남)' 연속골로 단숨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조동건(성남)과 박현범(수원)' 꾸준한 공격 포인트로 팀의 승리에 기여한 조용태(수원) 등 특급 신인들이 초반부터 활개쳤다. 시야를 돌려보면 이승열(서울)' 김민수(대전)' 신형민(포항)' 박희도(부산)' 유지노(전남) 등 알짜들도 수두룩하다. 포지션과 팀 성적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을 뿐' 소속팀에서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감독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자원들이다. 그러나 ‘프로’는 역시 결과와 기록으로 평가 받는 법. 현재까지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라면 서상민이 첫 손에 꼽힌다. 서상민은 프로 데뷔전이자 시즌 개막전이었던 대구전에서 2골을 폭발시키며 팀의 4-1 승을 이끄는가 싶더니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엔트리에 차례로 이름을 올리며 가파른 ‘신분 상승’을 경험했다. 소속팀 경남에서는 2006년 창단 후 처음으로 대표선수를 배출해냈다며 홈구장이 있는 창원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단숨에 팀의 간판 스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어쩌면 <한국축구 유망주> 코너에 서상민을 소개하는 것이 너무 늦어진 일인지도 모른다. 겁 없는 신예에서 당당한 주전으로 서상민의 등장은 시작부터 화려했다. 3월 9일 대구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빠른 발로 상대 수비진을 흩어놓는가 싶더니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정윤성의 스루패스가 수비 뒷공간으로 떨어지는 것을 잡아 지체 없이 슈팅으로 이어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반 14분 추가골을 터트렸다. 박종우의 오버래핑에 이은 패스가 문전으로 떨어지자 어느 틈엔가 골 지역으로 쇄도한 서상민이 낚아채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빠르고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켰다. 신인이 개막전에서 2골을 성공시킨 것은 1996년 수원 박건하(현재 코치) 이후 처음이었다. 개막전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은 주전으로 자리를 굳히는 발판이 됐다. 종횡무진 움직이고' 빠른 스피드로 상대 진영을 돌파하며' 결정적인 순간 간결하게 마침표를 찍을 줄 아는 그의 플레이는 조광래 감독의 기호에 딱 들어맞았다. 넓은 패싱시야마저 확보하고 있어 세밀한 공격 전개와 날카로운 2선 침투를 강조하는 조광래 감독에게 ‘믿을만한’ 카드가 됐던 것이다. 지난 시즌 경남 돌풍의 주역이었던 까보레와 뽀뽀가 J리그로 떠난 공백을 메울 대안이기도 했다. “프로팀에 입단한 후에는 무조건 열심히 해서 감독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특별히 각오를 다지거나 애를 쓴 건 아니고 제가 갖고 있는 실력을 감독님께 제대로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했죠. 열심히 했던 게 첫 경기부터 뛰게 되는' 좋은 기회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교체로라도 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팀의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보니 제게 기회가 빨리 왔던 거라고 생각해요.” |
수비수로 시작한 축구' 전천후 공격수로 만개 서상민의 가장 큰 무기는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침투 플레이다. 대학 시절부터 익히 알려진 강점이다. 연세대 동기이자 수원의 신인인 조용태는 “상민이는 순간 스피드가 뛰어나고 수비 뒤로 빠지는 움직임' 골 결정력이 좋다”며 경쟁자를 인정했다. 서상민 스스로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서상민의 이런 특징은 공격 진영 어디에서든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연결된다.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나서 타겟맨을 돕기도 하고' 측면 미드필더로 출장해 공간을 창출하며 전방의 공격을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상대가 겹으로 에워싸며 압박을 가하는 중에도 좁은 공간에서 볼을 관리한 뒤 틈새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은 팀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조광래 감독이 기대감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마다 역할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사이드로 벌려서 공간으로 침투하라는 주문을 많이 받아요. 볼을 받아서 연결해주는 역할이 강조될 때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볼을 받아서 연결하는 것보다는 움직이면서 지원하거나 해결하는 역할에 좀더 익숙해요. 어떤 역할이든 매 상황마다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부분에 충실한 것이 우선이겠죠.” 전천후 공격수로 활용되는 서상민이지만 축구공을 처음 차기 시작할 때는 수비수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스위퍼’로 축구를 시작한 그는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겸업했다. 큰 체격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일찌감치 볼의 흐름을 짚어내는 능력을 인정받았던 탓이다. 수비수였던 서상민이 공격적인 색깔을 내기 시작한 것은 보인정보고 시절부터다. 타고난 스피드를 갖추고 있었던 데다 기본기 훈련을 중시하는 감독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공격적인 기량도 향상됐다. 대부분의 수비수들이 공격수로 시작해 ‘아래 포지션’으로 전업하는 특징을 보이는 것에 비한다면 이색적이다. 경기장을 두루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된 것에는 수비수로 출발했던 이력이 한 몫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뒤에서 수비만 보다가 공격을 해보니 재미가 있더라구요. 골을 넣을 때의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죠.” “제주에 있는 구자철이 고등학교 후배예요. 고교 시절 굉장히 즐겁게 운동했었어요. 자철이랑 함께 개인 운동을 많이 했는데 서로 잘 해보자고 격려하고 다짐했던 시간들이에요. 지금 이렇게 커서 경기장에서 볼 때면 반갑기도 하고 남다른 기분도 느끼게 돼죠.” | |||
섣부른 자만은 경계한다 현재까지 서상민이 프로무대에서 기록한 골은 모두 5골이다. 개막전 이후 정규리그에서만 인천' 성남' 포항 등 강팀들을 상대로 한 골씩 챙겼다. 신인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골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상민은 섣부른 자만을 경계하고 있다. 초반부터 주목 받는 바람에 상대팀들의 견제가 심해졌고' 외부 환경이 갑작스레 변화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느껴요. 단순히 한 경기' 90분 풀타임을 뛰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정 수준의 체력과 경기력을 긴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 같아요.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몸이 안 움직일 때가 있어요. 이런 저를 두고 벌써부터 성공했다고 하면 당황스럽죠.” 서상민에게 닥친 위기를 바로 잡아준 이는 조광래 감독이다. 그에게 ‘뜰’ 수 있는 기회를 가장 먼저 열어준 존재지만' 동시에 그것이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 은사이기도 하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전 거쳐야 할 관문들을 생략한 채 ‘달콤한 열매’만을 노리는 나태한 선수가 되지 않도록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훈계로 그를 단련시킨다. “조광래 감독님은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굉장히 섬세하게' 많이 가르쳐 주시려고 해요. 생활 면으로 보면 함부로 교만하지 않게 누르시는 스타일이죠. 사실 제가 이렇게 인터뷰 대상이 되는 것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세요.(웃음) 조금이라도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안돼요.” | |||
A대표팀 발탁' 2010 월드컵 참가를 목표로 서상민은 시즌 초반의 맹활약으로 A대표팀과 베이징 올림픽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경사를 누렸다. 하지만 그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대표팀에 합류한 뒤 단 한번도 경기장 그라운드를 밟아볼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팀 소집 훈련으로 파주와 창원을 오가면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때 벤치만 달구고 있었던 ‘소수’에 속한다는 사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사실은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자존심이 상하고 오기도 생기더라구요. (조광래) 감독님이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 같으면 대표팀에 가지 말라고까지 말씀하시는 통에 속상하기도 했구요.” “대표팀은 말 그대로 경쟁 분위기잖아요. 게다가 저는 신인이고' 대표팀에도 처음 합류하는 처지다 보니 몇 배는 더 힘들었어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대표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후유증도 있었다. 대표팀의 ‘경쟁 체제’에서 체력을 소진한 탓에 정작 소속팀의 경기에서는 컨디션 난조를 겪었던 것이다. 물론 서상민은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한 단계씩 성장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당장은 보여준 것이 없지만 실력을 좀더 쌓은 후 정면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아쉬운 마음이 많죠. 당장은 큰 욕심을 내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갈 자리라고 생각해요. 대표팀에서 힘들긴 했지만 제게 새로운 자극이 된 것은 분명하니까요. 이제 올림픽팀은 끝났으니 좀더 성장해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예요. 2010 월드컵에도 꼭 참가하고 싶어요.” 좀더 멀게는 프리미어리그 같은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꿈도 갖고 있다. 빠른 템포와 거친 듯 하면서도 예술적인 패스워크가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이 매력적이다. 가까이는 신인왕에 도전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두고 있다. 애초에 신인상에는 큰 욕심을 내지 않았지만 시즌 중반이 지나면서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부상 중인 선수도 있고 조금 주춤한 선수들도 있지만 여전히 경쟁자들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상대라면 역시 성남의 조동건 선수예요.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아서 승부해야죠.” “팀에서 다시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해요. 사실 지금 좀 위태롭거든요.(웃음) 처음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대표팀 소집 훈련 다녀오면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니까 신뢰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다시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에요. 후반기 개막 즈음에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서 남은 시즌 동안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인터뷰=배진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