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경 | 2007-12-04VIEW 1789
2007년 K리그 최대 돌풍이었던 경남FC의 성공은 곧 벤치 전략의 성공이었다. 경남은 K리그에서 코칭스태프 회의가 가장 많은 팀으로 유명하다. 정기적인 겉치레 형식의 회의가 아닌' 필요하다면 스태프 가운데 누구나 회의를 요청할 수 있었다. 박항서 전임 감독은 이런 경남만의 특별한 분위기에 대해 “선수 미팅을 많이 하는 건 팀에 해롭다. 대신' 코칭스태프 회의는 많으면 많을수록 팀에 도움을 준다”는 말을 남겼다. 경남의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박항서 감독 못지 않은 중요한 존재는 윤덕여 수석코치다. 93년 포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지난 14년 간 프로와 청소년 대표팀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2006년 K리그에 참가한 경남이 빠르게 자리를 잡는 데 공헌한 숨은 일꾼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윤덕여 코치의 묵묵함은 3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상을 통해 인정받았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오라토리엄 홀에서 열린 2007 윈저 어워즈 한국 축구 대상(일간스포츠' 디아지오 코리아 공동 주최)이 선정하는 베스트 코치상을 거머쥐었다. 이 상은 K리그 14개 구단 감독들이 직접 선정하며' 윤덕여 코치는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K리그 전체 감독들로부터 최고의 조력자로 공인 받은 것이다. 윤덕여 코치는 분석에 관한 국내 최고로 꼽힌다. 과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활약했을 만큼 상대 팀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경남에서도 이런 능력을 백분 발휘' 소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상대 입장에서는 벤치에 윤덕여 코치라는 분석가가 있다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이런 성과에 대해 윤덕여 코치는 “경남 구단과 선수들의 도움 덕이다”며 공로를 돌렸다. 이어서는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한국 축구의 모든 코치들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감동적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오늘날 K리그의 승자로 남기까지 윤덕여 코치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2003년 17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핀란드에서 열린 U-17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미국' 스페인' 시에라리온을 상대로 1승 2패를 기록하며 탈락' 여론으로부터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전통적으로 유소년' 청소년 분야가 취약한 한국은 16년 만에 본선으로 이끈 공은 언제나 그렇듯 본선에서의 실패로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의 비난과 수모를' 윤덕여 감독은 더 이상 부정하지 않는다. 잊고 싶은 기억조차도 지도자로서 성장하는 쓰지만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걸 다시 보게 되는데' 지금 와서 보면 2003년의 일들도 웃으며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이 지금 지도자 생활을 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거 같아요. 오늘 당시 U-17 대표팀 소속이던 양동현(울산) 선수가 유망한 공격수로 인정받아 상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선수들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며 그런 식으로 제 노력이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박항서 감독의 사임으로 빈 자리를 경남은 조광래 감독으로 재빨리 메우는 데 성공했다. 윤덕여 코치는 조광래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롭게 일신할 경남에서도 보조자의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경남의 1년 차가 기어가는 아기였다면' 2년 차인 올해를 통해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2년 간 선수들과 너무 고생하며 이룬 성과인데 함께 더 밝은 미래를 확인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올해로 경남과의 계약은 끝나지만 새로운 감독님만 원하신다면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항상 많은 말보다는 편한 웃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윤덕여 코치는 행동으로 자신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는 믿음직스러운 지도자다. 한국 축구에 큰 자양분이 될 윤덕여 코치는 한때의 작은 실패를 딛고 성공적인 지도자를 위한 본격적인 도약대에 섰다.
스포탈코리아 서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