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상승세의 숨은 힘 정경호 “한 단계씩 밟아가겠다”

서호정 | 2007-09-06VIEW 2049

프로 데뷔 후 첫 3경기 연속 골을 터트린 박종우' 골과 도움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공격수 까보레' 새롭게 입단한 뒤 고비마다 천금 같은 골을 터트리고 있는 정윤성. 이들 모두 지난 20여일 동안 경남이 팀 사상 최고의 성적인 4연승을 달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자연스레 세 선수는 경남의 상승세와 함께 큰 관심을 받으며 각종 월간' 주간 MVP 수상을 독식하고 잇다.
 
하지만 요리가 메인 디쉬로만 구성돼지 않듯이 축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는 선수들의 몫이 중요하다. 4연승 동안 수비라인 안정화를 가져 온 후방의 수비수와 골키퍼' 어느 팀을 상대로든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미드필더들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박항서 감독에겐 고마운 선수들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주목해야 할 선수가 ‘슈퍼 땅콩’ 정경호(20)다.
 
정경호는 지난 4연승 동안 3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2선 침투를 통한 공격 지원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특히 성남전과 서울전에서는 2연속 선발 출장' 각각 76분과 90분 풀타임을 뛰며 힘든 경기를 승리로 가져 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그라운드를 밟고 있는 동안 그가 보여준 역동적인 플레이는 다른 팀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인터뷰에 나선 정경호의 목소리가 밝았던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성남의 경우는 팀 창단 후 처음 이긴 거잖아요. 경기가 끝나고 형들이 상당히 좋아했어요. 경남의 팀원들 모두 성남전 승리로 자신감이 확실히 상승했고요' 서울전에서 더 좋은 경기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6월과 7월 U-20 월드컵 참가를 위해 팀을 떠나 있었던 정경호는 또래들과 함께 세계를 상대로 경기하며 큰 경험을 쌓고 왔다. 태백에서 열린 팀의 전지훈련에는 늦게 참가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일찌감치 정경호를 후반기 팀 전력에 큰 힘을 불어넣어 줄 주축으로 분류했다. 다만 자신감 획득과 꾸준한 경기력이 정경호가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임을 강조했다.
정경호 본인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다행히 자신감은 후반기의 계속되는 출장으로 채워가고 있다. 경기력을 기복 없이 유지하기 위해서 지난 겨울 부지런하게 운동했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옛말은 최근 정경호를 보면 새삼 느낄 수 있다.
 
“최근에 출장 수가 많은 건 제가 잘해서라기 보단 공격진에 부상자가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웃음) 그 기회가 정말 중요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 작년과 달라진 점이라면 후반기에 와서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죠. 지난 시즌에 어려움을 겪어서 겨울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쏟은 게 도움이 되고 있어요.”
 
팀의 고참급 선수들이나 산토스와 같은 외국인 선수들도 정경호의 부지런함에는 혀를 내두른다. 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운동량이 가장 많고 그라운드에서 항상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기만성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는 얘기다.
 

성남과의 경기에서 박진섭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는 정경호 ⓒ경남FC
 
올 시즌 정경호가 보여주고 있는 유일한 문제는 좀체 골을 터트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경호 본인의 부족함도 있지만 결정적인 슛이 골대를 맞고 나가거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는 경우가 많아. 성남전에서는 위협적인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키퍼 김용대를 놀라게 했다. 서울전에서는 두 차례 골과 다름 없는 슈팅을 날렸지만 김병지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정경호는 서두르지 않는다.
 
“득점 여부에 크게 신경 쓰진 않아요. 작년엔 경기에 뛰지 못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으니까' 지금은 경기에 나서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요. 아직 어리니까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한 단계씩 밟아가려고요.”
정경호는 사흘 간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5일 저녁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을 위해 다시 함안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박항서 감독 아래 경남FC 선수들은 오는 15일 대구 원정과 이후의 일정을 위해 다시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현재 승점 34점을 챙긴 경남은 기존 목표를 상향 조정' 승점 40점 확보를 플레이오프 진출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을 위한 첫 단계인 대구와의 원정 경기는 정경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 시즌 경남이 역사적인 창단 첫 승을 거둔 경기가 대구 원정이었고 결승골의 주인공이 바로 정경호였다. 정경호의 프로 데뷔 골이자 유일한 골이다.
 
“일단은 팀이 5연승에 도전하는 데 큰 보탬을 주자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그러면 자연스레 경기 중 한두 차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믿어요.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죠. 변병주 감독님' 김동해 코치님 모두 제 은사님이시지만 지고 싶지 않아요.”
 
정경호와 함께 캐나다에 다녀왔던 동료들은 현재 올림픽대표팀에 대거 발탁' 새로운 목표와 싸우고 있다. 시각에 따라서는 K리그 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는 정경호가 상대적으로 답보 상태라고 볼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 표정이다. K리그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점한 뒤 만인에게 인정받는' 차례차례 단계를 밟는 발전이 정경호가 꿈꾸는 모습이다.
 
“친구들이 가서 잘 뛰고 잇는 걸 보면서 올림픽대표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갈 상황이 아닌 거 같아요. K리그에서' 경남에서 지금보다 더 잘해야죠.”
 
인터뷰=스포탈코리아 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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