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 2007-09-03VIEW 2156
여기 한 축구 선수가 있다. 탁월한 골 감각을 갖춘 것도'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것도 아니었다. 빠른 발과 희소 가치 높은 정확한 왼발 정도가 K리그에서 생존해갈 수 있는 무기였다. 허나 그에겐 더 큰 뭔가가 있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프로 정신' 그리고 축구를 향한 정열이었다.
‘그라운드의 엔돌핀’ 공오균(33)이 마침내 개인 통산 K리그 300경기를 돌파했다. K리그 역사에 300경기를 돌파한 선수는 그 외에도 16명이나 있지만 그가 이뤄낸 역사는 특별한 가치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97년 관동대 졸업 후 대전 시티즌 창단 멤버로 프로에 입성한 공오균은 지난 11년 간 매 시즌 10경기 이상을 꼬박꼬박 소화하는 꾸준함을 보였다. 특히 그가 높이 인정받은 것은 팬 서비스에 투철한 프로 마인드를 지닌 선수였다는 것. 최고의 기량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퍼포먼스로 대전 관중석에 흥을 안겨줬다.
올해 초 대전을 떠나 잠시 모교인 관동대에서 코치로 몸을 담았던 공오균은 현역 생활이 끝날 수 있는 위기에서 ‘경남FC’라는 동아줄을 잡고 다시 K리그로 올라왔다. 돌아온 그는 올 시즌 9경기에 출장하며 2골을 기록' ‘특급조커’로서의 가치를 올리고 있다. 경남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대전 시절과 다르지 않다. 득점에 성공하면 가장 먼저 팬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누는 그를 보며 경남 팬들은 어김 없이 열광한다.
지난 1일 밀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리그 20라운드에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공오균은 자신의 300번째 경기를 자축하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후반 맹공을 지원사격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경남 서포터즈가 준비해 간 300경기 출장 기념 걸개 앞에서 감격에 섞인 인사를 전하기도.
다음은 자신과 싸워가며 만든 300경기 출장으로 K리그와 경남FC' 대전시티즌의 전설로 남을 공오균과의 짧은 인터뷰다.
- 300경기 출장을 축하한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소회를 밝혀본다면?
처음에는 최초의 시민구단 대전에 와서 축구를 시작했고' 이제는 K리그 막내인 경남에 와서 뛰고 있는데 두 팀으로 연결되는 내 프로축구 인생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과의 경기가 끝난 뒤 그 동안 프로에서 나를 도와주신 감독님들이 차례차례 생각났다. 프로 무대로 이끌어주신 김기복 감독님' 한층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최윤겸 감독님' 그리고 마지막 기회를 주신 박항서 감독님까지… 그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수 없다.
- 경남 서포터들이 300경기 기념 걸개를 만들어서 걸었다.
경남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열렬히 환대해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기대는 안하고 있었는데 경기장에 나와 걸개를 보는 순간 몸 둘 바를 몰랐다. 팬들의 성원에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 300경기 중 대전에서 이룬 것이 291경기다. 하지만 경남에서의 9경기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시즌 초에 운동을 그만두고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있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그대로 선수 생활을 마칠 수도 있었지만 그 동안 고생하며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이 두 가지가 있어 돌아왔다. 그것이 300경기 출장과 20골-20도움 클럽 가입이다. 박항서 감독님께서 다시 불러주셔서 그라운드에 돌아왔을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경남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최근 경남이 4연승을 달리는 등 굉장한 기세인데?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지만 그건 1차 목표일 뿐이다. 플레이오프 진출 이후에는 우승이라는 새 목표를 위해 뛰어야 한다. 올 시즌 팀이 처음으로 4연승도 했고 분위기가 굉장히 좋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말고 더 높이 보자는 말을 후배들에게 한다.
- 자신이 어떤 선수였다고 생각하나' 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프로의 기본 자세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1분이든 10분이든 최선을 다해 나를 보는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되는 게 꿈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내가 뛰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가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다. 그런 모습을 팬들이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인터뷰=스포탈코리아 서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