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 2007-09-01VIEW 2296
경남FC의 태풍이 결국 세뇰 귀네슈 감독마저 집어삼켰다. 시즌 첫 4연승을 달린 경남은 10승 고지를 밟으며 이날 경기를 치르지 않은 울산을 밀어내고 리그 3위로 올라섰다.
경남은 1일 저녁 7시 밀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20라운드에서 후반 34분 터진 까보레의 결승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8월 19일 전북전 이후 부산' 성남을 꺾은 경남은 서울마저 무너트리며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최근 막강한 공격 축구를 펼치고 있는 경남은 슈팅 수 18대 7의 압도적인 공세를 펼쳤다. 서울은 경고 6장(히칼도 퇴장 포함)으로 자멸하며 일방적으로 밀렸다. 김병지의 놀라운 선방으로 버텼지만 결국 까보레를 막진 못했다.
한편' 경남의 홈 구장인 창원종합운동장에서 U-17 월드컵이 진행되는 바람에 인해 밀양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 이날 경기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만원 관중이 운집' 밀양의 굉장한 축구 열기를 확인시켜주었다.
▲ 선발라인업
주중 성남전에서 변칙적인 선수 기용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며 승리를 낚았던 박항서 감독은 서울 전에도 당초 예상 명단에서 두 명의 교체하는 선택을 했다. 비로 인해 미끄러운 그라운드 사정을 감안 부상에서 갓 돌아온 뽀뽀를 뺐고 수비라인에서도 김종훈을 제외했다. 대신 이용승과 김근철을 투입시켜 기동력을 강화했다.
최전방에는 최근 불 같은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새 공격조합 까보레와 정윤성이 나섰고 이용승은 오른쪽 측면에 서며 자유롭게 공격에 관여했다. 세 경기 연속 골에 빛나는 박종우는 오른쪽 측면에서 네 경기 연속 골을 노렸다. 허리에는 김효일과 정경호가 서서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서울 수비를 흔들었고 김근철은 미드필드 라인을 조절하는 동시에 히칼도 봉쇄의 임무를 맡았다. 성남전에서 퇴장을 당한 이상홍의 빈 자리에는 강기원이 투입됐고 김대건과 산토스' 골키퍼 이정래는 변함 없이 선발 출장했다.
부상 선수' 대표팀 차출' 경고 누적으로 인한 징계라는 삼중고에 시달린 귀네슈 감독도 김동석을 선발로 투입시키며 허리를 강화했다. 최전방에는 이상협과 두두가 섰고 히칼도가 그 아래에서 2선 지원을 맡았다. 이을용' 김동석' 고명진이 중원 쟁탈전에 나섰고 김진규' 최원권이 빠진 포백 수비는 김치곤' 박용호' 아디' 이정열로 구성됐다. 밀양이 고향인 김병지는 고향 땅에서도 여전히 출장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 공격 고삐 쥔 경남
경기장을 가득 채운 밀양 시민들이 내뿜는 열기에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첫 번째 기회를 잡은 것은 서울이었다. 전반 3분 이상협이 왼쪽 측면을 돌파해 페널티 박스로 치고 들어왔다. 경남의 골키퍼 이정래는 공을 치고 나가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그에 맞춰 쇄도해 나가 슈팅을 저지했다.
경남은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까보레가 왼쪽 측면에서 이정열을 제치고 들어가 낮게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들어간 정윤성이 몸을 던지며 공에 발을 맞췄지만 크로스바 위로 넘어갔다. 이후에도 경남은 날카로운 측면 공격으로 서울을 두 차례 몰아쳤다.
뽀뽀가 없는 상황에서 경남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까보레는 비속에서도 정확한 볼 컨트롤 능력을 선보였다. 돌파와 패스'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수비를 상대하는 플레일 모두 단연 돋보였다. 전반 15분에는 이용승이 서울 수비라인을 유도해 찔러준 침투 패스를 까보레가 배후로 들어가 받아 슈팅으로 시도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고 말았다.
22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경남이 기회를 잡았다. 김효일은 길게 넘어온 공을 왼쪽에서 잡아 서울 수비를 제치고 슈팅 했지만 김병지의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 3분 뒤에는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서울의 이상협이 헤딩 슛으로 연결' 높이 뜬 공이 문전에서 뚝 떨어졌지만 크로스바 뒤로 넘어갔다.
▲ 서울의 마지막 벽 김병지
주도권을 쥔 상황임에도 박항서 감독은 먼저 움직였다. 주전 미드필더인 주장 김효일을 전반 26분에 윙백 백영철로 교체하는 깜짝 선택이었다. 상식적인 선수 투입 시기보다 훨씬 빨랐기에 더 놀라웠다. 이는 서울이 중원 싸움에 의미를 두지 않고 전방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것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다. 백영철을 통해 측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강화' 보다 적극적으로 가겠다는 박항서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후에도 경남을 계속 서울을 몰아쳤다. 전반 30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병지가 펀칭하며 경남의 공격을 저지했다. 33분에는 까보레가 오른족 측면에서 특유의 페인팅으로 한번에 수비 둘 제치고 들어가 패스한 것을 박종우가 잡았지만 미끄러운 공 때문에 주춤하는 바람에 슈팅에는 실패했다.
전반 37분에는 김근철이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직접 프리킥으로 김병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41분' 김병지는 까보레가 왼쪽 측면에서 날린 강력한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골 포스트와 충돌했지만 다시 일어서는 의지를 보였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정경호가 측면에서 아크 정면으로 종횡 무진 돌파한 뒤 감아 찬 오른발 슛이 골문 앞에서 뚝 떨어졌지만 김병지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골 포스트 모서리 부근에서 주먹으로 쳐냈다.
▲ 뽀뽀 투입' 폭풍 같은 경남의 공격
전반 종료 후 잠시 줄어드는 듯 했던 빗줄기는 얄궂게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다시 굵어졌다. 경기장에서 공과 상대 선수를 상대해야 하는 양 팀 선수들은 물기를 잔뜩 머금은 그라운드와도 싸워야 했다. 공방전으로 가던 후반 초반 분위기는 경남이 후반 13분 뽀뽀를 투입하며 달라졌다. 이용승을 대신해 투입된 뽀뽀는 까보레와의 콤비 플레이로 경남의 공격 속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후반 19분 경남은 이날 경기 최고의 기회를 맞았다. 허리에서 패스 플레이를 펼치며 서울 수비를 무너트린 뒤 다시 왼쪽 측면으로 내어줬고 이를 백영철이 낮은 크로스를 골문 앞으로 올렸다. 이를 뒤에서 달려 들어온 정경호가 넘어지며 슈팅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김병지가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고 공은 손 끝을 맞고 아슬아슬하게 나갔다. 관중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쏟아졌다.
경남은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까보레가 연속 헤딩으로 골을 노렸지만 김병지의 손과 골 포스트를 맞고 나갔다. 22분에는 뽀뽀가 서울 진영 가운데에서 장기인 중거리 슛을 날렸지만 이 역시 골대 옆으로 나갔다.
▲ 일방적 공세 속 까보레 결승골 폭발
밀양 관중들의 끝 없는 파도 타기 응원으로 흥이 오른 경남은 결국 후반 34분 결승 골을 터트리는 데 성공했다. 주인공은 리그 득점 선두 까보레였다. 산토스가 왼쪽 측면으로 길게 넘겨 준 패스를 빠르게 달려가 잡은 까보레는 그대로 서울 수비수를 달고 페널티 박스로 침투했고 김병지와 맞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슛' 골대 왼쪽 구석을 갈랐다.
1만 1천여 관중이 80분 가까이 기다리던 그 골이었고 경남에겐 4연승의 기분 좋은 예감을 안겨주는 골이었다. 까보레와 경남 선수들은 일제히 코너 플랫으로 달려가 골의 기쁨을 나눴고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까보레는 정규리그 13번째 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경남은 골이 터진 뒤에도 공격 기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았다. 후반 41분에는 백영철이 시원한 돌파 후에 김병지까지 제치고 측면에서 슛을 날려다. 비록 공은 휘지 않고 그대로 측면으로 빠져 나갔지만 경남이 잠그는 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종료 직전에는 정윤성이 헛다리 짚기로 서울 수비 둘을 무력화시키고 문전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김병지의 선방에 막혀 추가 득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20R (9월1일-밀양공설운동장-11'258명) 경남 1 까보레(79’) 서울 0 *경고 : 박용호' 고명진' 김동석' 김치곤(서울)' 백영철(경남) *퇴장 : 히칼도(90 경고 누적)
▲ 경남 출전선수(3-4-2-1) 이정래(GK)-강기원'산토스'김대건-박종우'김근철'김효일(26’ 백영철)'정경호(76’ 공오균)-이용승(58’ 뽀뽀)-정윤성'까보레/감독:박항서 *벤치 잔류 : 이광석(GK)'남영훈'김종훈
▲ 서울 출전선수(4-2-1-3) 김병지(GK)-이정열'김치곤'박용호'아디-고명진(68’ 안상현)'김동석(64’ 안태은)'이을용(83’ 송진형)-히칼도-두두'이상협/감독:세뇰 귀네슈 *벤치 잔류 : 김호준(GK)'윤홍창'김태진
밀양=스포탈코리아 서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