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경남의 '동유럽 커넥션', 다시 생각해보길

최대수 | 2014-08-17VIEW 5711

어제(10일) 인천유나이티드와 경남FC의 경기를 보기 위해 비바람을 뚫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살짝 고민했지만 나는 어제 진성욱이라는 또 하나의 보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인천이라는 팀은 참 신기하다. 라돈치치가 없으면 무너질 것 같던 인천은 그가 떠나자 데얀이 등장했다. 그리고 데얀이 떠난 빈자리를 유병수가 완벽히 메웠고 이후 그가 이적하고 나서는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한교원이 나타나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런 한교원이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을 떠나기로 했을 때 나는 ‘이제 더는 누군가 나타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진성욱이 등장했다. 최근 경기를 살펴보면 진성욱은 앞으로도 인천 팬들을 설레게 할 만한 재목이라는 느낌이 든다.

인천은 연구대상이다. 구단 사정이 그리 좋지도 않은데 무너질만 하면 누군가 새롭게 등장해 팀을 구한다. 작년까지만 놓고 보면 진성욱의 등장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가 리그 3년차라는 사실도 많은 이들은 알지 못한다. 그의 맹활약을 보면서 조만간 전북이 진성욱을 사갈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아쉽긴 해도 누군가 또 다시 혜성처럼 등장해 인천을 구해줄 것 아닌가. 누군가는 “우리 회사보다 돈이 많던가”라면서 돈 많은 걸 자랑했지만 적어도 인천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영웅의 등장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건 이제 인천 구단의 전통이 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팬들과 ‘밀당’을 하는 ‘축구 밀당팀’이다.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이다가도 누군가 등장해 이런 식으로 부활하는데 외면할 팬들이 어디 있을까.

기사 이미지


경남FC는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강등권까지 내려왔다. (사진=연합뉴스)

실망스러운 경남, 그리고 ‘동유럽 커넥션’
반면 경남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지난 3월 이후 무려 16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9무 7패에 머물고 말았다. K리그 클래식 꼴찌로 떨어진 경남은 유력한 강등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력 면에서도 희망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빗속을 뚫고 창원에서 인천까지 원정을 와 응원하던 팬들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조광래 감독 시절 한때 리그 1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던 집중력과 투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이제는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과거 경남이라는 팀은 비싼 선수가 없어도 뭔가 끈끈하게 상대를 괴롭혀 줄 것만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의 경남은 승점 자판기 수준이 돼 버렸다. 이제 막 봄내음이 풍기던 3월에 승리를 거두고 여름이 막바지로 접어든 지금까지 승리가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경남으로서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 특히 동유럽 선수만을 고집하는 구단의 정책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K리그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동유럽 출신 선수들이 많지만 경남의 지독한 ‘동유럽 사랑’은 스스로 구단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스레텐이 호주 출신 외국인 선수 루크와 함께 수비진에서는 활약하고 있지만 나는 여기에 큰 의문이 있다. 최근 주로 스리백을 사용하는 경남에서 세 명의 중앙 수비수 중 두 명이나 외국인 선수를 가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루크와 스레텐은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다. 힘은 좋지만 둘 다 발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루크가 있는데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비슷한 유형의 동유럽 수비수로 채울 필요가 있느냐는 건 큰 의문이다. 또한 이 둘은 역습시에도 빠른 전개에 단점을 나타내고 있다. 스리백 수비 중 두 명을 외국인 선수로 기용한다는 건 효율성 면에서 상당히 떨어진다.

그 외에 경남은 현재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더 보유하고 있다. 공격수 스토야노비치와 에딘이다. 이제 영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에딘은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스토야노비치는 사실상 1.5명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외국인 선수로서의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둘 다 몸싸움에는 능하지만 스피드는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최근 경남은 역습 상황에서 빠른 공격으로 전환하지 못해 기회를 날리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최전방의 외국인 선수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이런 힘 좋은 외국인 선수를 한 명 정도 보유하고 있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외국인 선수 쿼터 넉 장을 모두 같은 유형으로 채운 건 비효율적이다. 아시아 쿼터인 루크를 제외하면 스레텐과 스토야노비치는 세르비아 출신이고 에딘은 크로아티아에서 왔다. 안종복 대표 부임 이후 본격적으로 ‘동유럽 커넥션’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는 지금까지 명백한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기사 이미지
경남은 지난 시즌부터 동유럽 출신 선수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까보레와 뽀뽀, 인디오 그리고 루시오
지난 시즌 뛰었던 부발로와 보산치치 역시 세르비아 출신이었다. 일부에서는 그나마 보산치치는 어느 정도 성공한 영입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지난 시즌 서울전 두 골의 임팩트가 강했을 뿐 그 이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최근 경남이 지독하게도 고집했던 동유럽 선수 중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이는 없다. 이뿐 아니다. 안종복 대표는 최근 세르비아 출신 지도자 브랑코 바비치까지 데려왔다. 기술고문으로 영입한 브랑코는 이후 이흥실 수석코치를 2군 감독으로 밀어내고 수석코치 임무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쯤되면 ‘세르비아 위성 구단’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물론 이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구단마다 팀 컬러가 있고 동유럽 출신으로 팀을 채워 개성과 경기력을 선보이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경남의 지독한 동유럽 사랑에 대한 성적표는 12개 팀 중 꼴찌로 돌아왔다. 성적 부진에 대한 모든 원인을 외국인 선수 몇몇에게 돌릴 수는 없지만 이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건 명백하다.

사실 경남은 ‘동유럽 커넥션’이 어울리는 팀은 아니었다. 앞서 인천에 항상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던 것처럼 경남은 브라질 선수의 활약이라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었다. 2007년에는 리그 8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포함해 26경기 18득점에 빛나는 까보레가 있었다. 허약했던 경남은 득점왕이자 리그 베스트11에 뽑힌 까보레를 앞세워 K리그 정규리그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그의 공격 파트너 뽀뽀도 굉장했다. 2008년에는 까보레가 떠나자 인디오가 등장해 맹활약을 펼쳤고 2010년 인디오의 임대 기간이 만료되자 이번에는 루시오가 나타났다. 루시오는 2010년 경남에서 15골 10도움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두며 팀이 창단 이후 처음으로 리그 1위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 모두 브라질 선수들이었다. 국적만으로 선수의 레벨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과거 경남은 브라질 선수들을 무척이나 잘 활용해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토해내던 구단이었다. 경남 팬들에게 더 반가운 건 흥미롭게도 이렇게 경남에서는 펄펄 날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해서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안종복 대표 부임 후 경남의 ‘브라질 커넥션’은 끝나고 말았다. 과거 인천 시절부터 동유럽 선수들로 재미를 톡톡히 봤던 안종복 대표는 경남에 부임한 뒤에도 이같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안종복 대표는 동유럽 선수를 데려와 귀화 시켜 국가대표를 만드는 게 꿈이야.” 그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도 안종복 대표의 과도한 동유럽 출신 선수 선호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경남에 데려온 페트코비치 감독도 실패했고 나머지 외국인 선수들 역시 그 누구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집을 꺾을 필요가 있지만 그는 기술고문이라는 이름으로 데려온 사람까지 수석코치 역할을 맡기며 고집을 이어가고 있다. 안종복 대표가 동유럽 축구 정보에 박식하고 교류도 많다는 건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 능력이 경남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과감히 이를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기사 이미지
2007년 경남의 돌풍을 일으켰던 까보레가 골을 넣고 산토스와 기쁨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남의 ‘동유럽 커넥션’, 다시 생각해보길
브라질 경제가 호전돼 브라질 선수들이 몸값이 치솟아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안이 꼭 동유럽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전북은 벨기에 출신 케빈을 데려와 성공했고 스페인 출신 오스마르도 서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몸값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꼭 동유럽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선수를 발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과거 까보레는 박항서 감독이 선수 선발을 위해 브라질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어 실망하고 있던 순간 현지 호텔에서 텔레비전 중계를 보고 발탁한 선수였다. 박항서 감독은 이 선수의 실력에 감탄한 뒤 현장으로 날아가 그와의 계약을 성사시켰었다. 당시 까보레는 K리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낮은 연봉을 받고 한국으로 날아왔었다. 이 외에도 인디오와 까이끼 등은 임대로 활용한 선수들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의지만 있으면 저렴한 몸값에도 훌륭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인천은 그 전통이 쭉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 떠나면 그 자리를 채워줄 선수가 등장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인천이 그래도 버티는 이유다. 팀마다 이런 전통은 다 있다. 하지만 경남은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팀을 구해내던 전통을 스스로 포기했고 그 결과는 현재 리그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다. 어제 인천과의 경기를 보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놀라운 활약으로 팀을 상위권에 올려 놓던 까보레와 뽀뽀, 인디오, 루시오가 참 그리웠다. 원래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게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기는 하다. 나도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작업을 걸었다가 실패했지만 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매달리다 추한 꼴을 당한 게 여러 번이다. 경남도 ‘동유럽 커넥션’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걸 빨리 깨달았으면 한다. 경남이 무조건 브라질 선수를 영입하라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독한 경남의 ‘동유럽 커넥션’은 지금까지 명백한 실패다. 80도 안 되는 걸 가지고도 100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던 경남의 저력이 다시 살아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네이트 김현회 칼럼-


긴 칼럼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구요 이 칼럼이랑 제 생각이랑 비슷 해서 공유해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오늘 있을 상주전에 승리를 기원하고 경남의 1부생존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도민이 사랑하는 경남fc가 좋은


쪽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비밀글 여부 체크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