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선수님 인터넷뉴스 기사
윤덕현 | 2010-04-19VIEW 2432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 월드컵을 2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온통 골키퍼에게 집중되고 있다. 부동의 주전 골키퍼 이운재가 거의 매 경기 2실점 이상 기록하며 흔들리자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허정무호의 월드컵 준비도 흔들리는 듯 하다. 이 시점에 다시 주목 받는 골키퍼는 1970년생'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인 경남FC의 김병지다. 불혹의 백전노장이 지금 맞은 상황은 마치 4년 전 영상을 다시 돌려보는 듯 하다.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운재에 대한 논란은 일었고 당시 FC서울 소속이던 김병지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김병지의 선발 여부로 의견이 분분했고 한 언론사에서는 ‘김병지가 선발됐다’라고 보도까지 했지만 결국 그는 세 번째 월드컵을 가지 못했다. 그 후 4년 간 김병지에겐 많은 사건이 있었다. 2007년에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그는 결국 2008년 허정무호가 출범하자 서른 여덟의 나이에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칠레와의 첫 경기에서 허리를 다쳤다. 그토록 원하던 대표팀에서 그는 다시 한번 좌절을 맛봐야 했고 그 여파로 FC서울에서의 입지도 잃고 말았다. 결국 2009년' 그는 경남FC로 떠났고 불혹을 앞두고 모두가 의심하던 재기에 도전했다. 김병지는 2009년 그의 등번호와 같은 29경기를 소화했고 전북과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개인 통산 5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썼다. FC서울에서 나와 재기를 도전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다 늙어서 무슨 험한 꼴 보려고 그러냐”며 돌을 던졌지만 김병지는 자신이 믿는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2010년. 서른 여섯 때와 마찬가지로 마흔 살이 된 김병지가 현재도 K-리그 최고의 골키퍼라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자 사실이다.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주간 베스트11에 가장 많이 선정됐다.(김병지 3회' 김영광 2회' 김용대' 김호준' 유현 각 1회) 경남은 8경기에서 7실점을 기록하며 서울' 제주' 성남(6실점)에 이어 팀 최소 실점 4위를 기록 중이다. 서울과 성남이 7경기만 소화했다는 점에선 사실상 2위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용기(25)' 김주영(22)' 전준형(24)의 주전 스리백 라인의 평균 연령이 23.6세에 불과한 경남의 수비라인이 이 같은 수비력을 보여주는 것은 전적으로 최후방을 사수하는 김병지의 공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올 시즌 그가 허용한 7골을 분석해 봐도 김병지의 기량이 K-리그 최고임은 단박에 드러났다. 7골 중 세 차례가 페널티킥과 프리킥에 의한 실점이다. 나머지 네 차례의 필드 골 중에서도 그의 책임이라 할 만한 것은 강원의 최영남에게 허용한 골이 유일하다. 매 경기 보여주는 선방 앞에선 마흔 살이라는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오히려 K-리그 통산 500경기를 넘어선 그의 관록과 경험이 보여주는 판단력만 더 빛날 분이다. 김병지가 불혹에 더 강해진 비결은 집착을 버려서다. 모두가 믿지 않았던 재기에 성공하고' 당분간은 어떤 선수도 깨지 못할 5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뒤부터 그는 축구의 모든 이치에 초월한 사람 같았다. ‘아름다운 끝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얘기처럼 개인의 기록과 커리어에 대한 집착은 없애고 멋진 플레이로 팀에 기여해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겠다는 집념만 담았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서 만났던 그는 “지금이 오히려 20대 때 플레이보다 더 좋은 것 같아”라고 말하더니 정말 K-리그의 젊은 골키퍼들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나는 김병지가 월드컵에 가야 한다는 얘기는 현실적인 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월드컵에는 최고의 선수가 가야 한다. 그 원칙에 비추어 볼 땐 김병지에겐 분명 월드컵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문제는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의지' 김병지 본인의 의지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과연 우리가 김병지를 대표팀 선수로 안을 자격이 있느냐를 묻고 싶다. 우선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김병지를 데려갈 의지가 없어 보인다. 김현태 코치는 이운재에 대한 논란이 있은 뒤부터 꾸준히 이운재가 월드컵에서 제 기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보였다. 작금의 상황은 분명 경쟁 체제를 마련하지 않은 대표팀의 잘못이 크지만 이운재에 대한 믿음과 책임을 보여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 지금 이운재를 버리고 김병지를 데려가는 것은 또 하나의 불행을 만드는 셈이다. 정성룡과 김영광도 K-리그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며 이운재를 긴장시키고 있다. 결과가 이 판단의 성공 여부를 가르겠지만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김병지의 의지는 어떤가? 그는 2008년 허리 부상 이후 대표팀에 대한 미련을 놓았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서 슬쩍 떠 본 적이 있었다. 당시 김병지는 “내가 20대 후반만 됐어도 욕심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자리는 대표팀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병지가 대표팀에 욕심내지 않는 것은 이운재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김병지는 허리 부상을 당했을 때 받은 상처와 오욕을 기억하고 있다. 그를 재기에 성공케 한 오기는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20년 간 자신이 쌓은 모든 것이 실패로 기억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지금 김병지는 이운재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이용해 대표팀에 가야 할 만큼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모든 의심을 이겨내고 다시 정상에 올라 있는 것처럼 이운재 역시 남아공 월드컵에서 명예를 되찾길 기원하고 있다. 가장 큰 어리석음은 대표팀에서 빛나지 않는다고 해서 김병지의 위대함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라 말하고 싶다. 최근 인터뷰에서 남긴 말처럼 김병지는 20년 동안 컨디션도 실력도' 심지어 몸무게까지 변함 없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는 늘 자신의 자리에 있었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남들은 명예퇴직을 걱정하는 나이에 조카뻘인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위대한 이의 삶에 일시적인 부진이 왔다고 질타했고 상처를 줬다. 그랬던 이들이 이제 와서 김병지의 대표팀 승선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이상 월드컵과 대표팀이라는 이기적인 프레임 안에 그를 가두지 말자. 대한민국 대표팀의 골키퍼가 아니어도' 경남FC의 주전 골키퍼 김병지는 충분히 위대하다. 그는 옌스 레만보다 아직 한 살 어리고 에드윈 판 데르 사르' 데이비드 제임스와 동갑이다. 김병지보다 한살 어린 세자르 산체스는 39세의 나이에 드디어 비운의 백업 전문이라는 딱지를 떼고 다시금 발렌시아의 주전 골키퍼로 부상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을 정복한 이탈리아의 디노 조프의 당시 나이는 40세였다. 위대한 골키퍼를 나이로 재단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자. 얼마 전 언론과 팬들이 김병지의 대표팀 승선을 한참 부추길 때 그에게 문자로 물었다. “정말 대표팀에 가고 싶습니까?” 김병지에게서 날아온 답장은 너무나 확신에 찼고 명확했다. ”2010년 나의 꿈은 경남FC의 K-리그 우승입니다.” 나도 그의 꿈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김병지의 2010년은 월드컵 출전보다도 더 위대한 도전이 될 도민구단 경남FC의 K-리그 우승으로 빛나길 바란다. ---기자가 개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