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FC 감독 조광래입니다.
조광래 | 2009-05-11VIEW 2563
경남 FC 감독 조광래입니다. 올 시즌 경남 FC의 성적이 좋지 않아 팬 여러분의 걱정이 많으신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간 심정으로 2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 승의 기쁜 마음을 느낀 것도 찰나였습니다. 우리 팀에게는 더 큰 어려움과 장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점에서 우리 팀의 향후 행보와 계획에 대해 팬 여러분께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감독으로서의 본분이라 생각하며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이 글을 올립니다. 팬 여러분! 올 시즌 경남FC를 둘러 싼 주변 환경은 매우 어렵습니다. 어려워진 경제상황 탓에 기업들의 후원금이 줄어들었고' 도민구단이 한계로 구단의 재정적인 여건도 나아지질 않고 있습니다. 대표급 선수 한 명 스카우트하기 어렵고' 실력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도 치솟은 연봉 탓에 영입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 할 장소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팀에 비해 결코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물론 어려운 여건 탓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팀이 진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도민구단으로 창단한 경남FC의 목표는 물론 우승은 아니었습니다. 축구를 통한 도민 화합과 기업구단이 즐비한 프로축구 환경에서 도민구단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많은 도민의 열정으로 경남FC는 탄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우리의 갈 길은 무엇이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젊고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해 키워내는 것입니다. 뛰어난 기량의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면 길러서 한 번 해보자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경남 FC 선수들의 수준과 기량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기존 선수단의 스쿼드로는 절대 우승을 넘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를 키워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드래프트 제도가 있는 현재의 프로축구 신인 선발제도 하에서 각 팀은 신인 선수를 동계훈련 직전에야 뽑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인 선수와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은 시즌 전 2~3개월에 불과하고 이는 우리 팀처럼 신인 선수의 비중이 큰 팀에게는 어려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저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며 시즌을 준비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 상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예 신인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실험적인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주위에선 우려의 시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결론은 경남FC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시련도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올 시즌은 신인 선수들이 프로무대의 경험을 쌓고 전력을 다지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대신' 내년 시즌에는 이들을 데리고 제대로 된 승부를 한 번 걸어보겠습니다. 저는 이미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안양 LG를 이끌고 K리그 정상에 올랐던 것이 바로 2000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1999년에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었습니다. 성적보다는 선수들의 기량과 조직력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시즌을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승부는 내년 시즌이었고' 그런 저의 계산은 우승이라는 결실로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똑같습니다. 내년 완공되는 영남권 축구센터에서 경남 FC는 도민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 시즌 다소 많은 패배의 쓴잔을 맛보고' 어이없는 실수를 거듭하더라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팀워크를 다져야 합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잘 준비해서 내년 시즌에 승부를 걸고 승리의 기쁨을 향해 뛰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올 시즌처럼 구단의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잘 준비하고 역량을 결집시켜서 내년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전략에 공감하실 분도' 그렇지 않으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선수들은 반드시 내년 시즌 좋은 성적으로 팬 여러분의 기대에 보답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늘 지켜봐 주시고 더욱 단단한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5월 11일 경남 FC 감독 조 광 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