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기사 두번째......'따스한 승부사' 박항서 감독
장상현 | 2007-10-16VIEW 2220
한자리에서 웃고 서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조그마한 전쟁이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15일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벌어진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에 참석한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 경남의 박항서 감독' 울산의 김정남 감독 그리고 대전의 김호 감독은 느긋한 표정으로 6강 진출에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상대와의 신경전에서 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두 단판 승부로 결판이 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이번 미디어 데이에는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그 중 경남의 박항서 감독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창단 2년 만에 도민구단 경남 FC를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시즌 내내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인 박항서 감독. 비록 전날 수원을 꺾고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기적을 일으킨 대전 시티즌의 김호 감독에게 몰린 스포트라이트에 다소 묻힌 감이 없지 않지만 박항서 감독은 특유의 재치와 보이지 않는 강인함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박항서 감독의 이미지는 재치 넘치는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느낌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하는 이미지보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키스를 받았던 그의 이마 그리고 지난 독일 월드컵 당시 모 CF에 출연해 배우 문근영씨를 대신해 청소를 해주던 천사아저씨역을 소화해냈던 그의 모습은 실제 그의 모습과 비슷하게 닮았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K리그 팬들은 경남 선수들 역시 강력한 카리스마형 지도자로서 마지 못해 따르기보다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큰 형님으로서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올 시즌 내내 경기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박항서 감독의 선수 배려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전반기 상위권 도약의 돌풍을 일으키고 맞이한 후반기' 당시 경남은 FA컵 16강전에서 울산미포조선에게 덜미를 잡혔고 포항-인천과의 경기에서 1무 1패를 당해 고비에서 쓰러지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있었고 당시 휴가기간이었던 기자는 8월 15일 대전과의 창원 경기를 앞두고 박항서 감독과 경남의 스타 선수들 인터뷰를 하고자 무작정 함안에 위치한 경남클럽하우스로 향했다. 박항서 감독은 감독실에서 홀로 전술판에 포메이션을 그려가며 대전과의 홈 경기 준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는 그런 그의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다 박항서 감독의 눈이 마주쳤고 곧 방문배경을 설명하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당시 박항서 감독은 기자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최근 경기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들의 마음이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감독인 저하고만 인터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나지막이 낮은 경상도 사투리로 정중히 양해를 바라던 ‘지도자’ 박항서의 모습에서 기자는 당초 많은 선수를 인터뷰하고자 다짐했던 욕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선수관리 차원에서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을 저지하는 모습으로 느껴지기보다는 힘겨운 고비를 맞이한 선수들의 복잡한 마음가짐을 배려한 진짜 지도자의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항서 감독에게는 인화와 단결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고 그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은 경남 FC 그리고 경남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그의 정중한 양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경남 FC는 후반기에 전반기 못지않은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리그 4위라는 최상의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6강 경쟁의 승자로서 오늘 프로연맹을 방문했다. 여전히 그는 따스함과 특유의 재치로 프로연맹 대회의장을 메운 기자들을 폭소케 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장에서만큼은 강한 사람이라는 점을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더 큰 액션과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경남을 이끌어왔다. 또 까보레-뽀뽀의 매력에 빠지지 않고 그들 없이도 강한 경남을 서서히 만들어왔던 박항서 감독이다. 때문에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도 '포항과의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라고 밝힌 그의 한 마디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때문에 오늘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대전 시티즌의 김호 감독과 울산 현대의 김정남 감독을 배려하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그의 모습을 주말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볼 수 없을 것같다. 따스한 모습으로 주위를 훈훈하게 하는 그이지만 그 날만큼은 진정한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박항서 감독' 그의 따스하면서도 강한 지도력으로 경남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일 포항과의 6강 플레이오프전은 무척 기대가 된다. 거침없는 박항서 감독과 경남의 도전이 어디까지 비상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플라마ㅣ김태석] ktsek77@eflamma.com